"대통령 말실수할까봐 카메라 취재 막았나"

카메라기자협회 "청와대 언론통제 각성하라" 공개질의

등록 2008.09.05 15:11수정 2008.09.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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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즉석간담회를 가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즉석간담회를 가졌다.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즉석간담회를 가졌다. ⓒ 청와대

"청와대는 진정 언론통제를 시도하려 하는가?"

 

지난 4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이하 협회)가 청와대에 보낸 공개질의서 제목이다. 이 협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이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청와대 측의 각성을 촉구하며 공개 질의서를 보낸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언론 통제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 '사후 비보도·엠바고' 남발로 물의를 빚고 있는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실언이나 막말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방송카메라 기자의 취재 자체를 봉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대통령의 문제 발언이 있을 때마다 풀(대표취재) 기자에게 대통령의 발언을 빼달라고 종용하는 등 노골적으로 보도 통제를 자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속 영상과 보도자료로 방송하라고?"

 

협회는 "지난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전속 카메라맨만을 대동하고 정부 부처 차관급 공무원들과 서울 청계천을 산책한 뒤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며 "휴일이지만 엄연히 청와대 당직 출입기자가 기자실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도 않은 채 자연스럽게 취재를 통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청계천 산책은 협소한 장소도 아니고 더군다나 보안에 문제가 있는 부분도 아님에도 카메라기자의 취재를 비공개 행사라며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며 "이를 다시 전속 카메라맨이 촬영한 영상과 보도자료를 돌리며 방송을 내보내라는 행태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의 자유를 침해한 엄중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혹시나 거듭되는 대통령의 말실수가 알려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취재를 봉쇄한 것이라고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청와대가 자연스럽게 언론에 족쇄를 채우고 방송 장악을 시도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청와대가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폄훼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은폐하려고 했던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달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국60주년 기념 국외 이북도민 초청행사에서 대통령의 녹취를 담당한 청와대 전속 카메라맨이 카메라가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녹취 부분을 방송사에 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난리가 벌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도 많이 하셨을 것"이라며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 그 사람들,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산 쇠고기 먹던 사람들이다, 자녀들도 미국에서 공부 시키고 있고…"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 녹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으면서도 불순한 목적으로 시위에 가담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논란의 중심이 되는 내용 부분을 의도적으로 주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청와대는 당시 행사를 취재한 풀 기자에게 이 대통령의 '쇠고기 파동' 관련 발언에 대한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종용했다. 그러나 풀 기자는 청와대의 비보도 요청을 거부하고, 이 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청와대 측에 넘겼다.

 

통상 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전달받은 청와대는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e-춘추관'(출입기자들을 위한 보도자료 등이 제공되는 웹 공간)에 올려서 전체 기자들이 공유토록 해야 한다.

 

그러나 'e-춘추관'에 올라온 행사 자료에는 이 대통령의 '쇠고기 파동' 관련 발언이 사라졌다. 풀기자가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청와대 측이 임의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삭제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이 강하게 항의했고, 4시간이 지난 뒤에야 'e-춘추관'에 올려진 이 대통령의 발언이 원상복구됐다.

 

MB '쇠고기' 발언 담은 카메라, 진짜 고장했을까

 

협회는 "우리는 이와 같이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언론과 방송은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했다고 해서 모든 언론 통제가 가능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협회는 또 "우리는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본연의 임무를 차단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에게 그 동안 피 땀으로 일궈온 방송 독립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공개 질의서를 보낸다"며 "이동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즉각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하며 공개 질의서에 대한 신속한 답변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협회가 4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앞으로 보낸 공개질의 내용이다. 청와대는 5일 현재까지 협회의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첫째, 대통령 행사에 취재 허가와 불허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둘째, 지난 30일 대통령의 청계천 산책 동정 시 출입기자실에 카메라기자가 근무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속 카메라맨만을 대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정, 언론을 통제하고 카메라기자의 취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함인가?

 

셋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출입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하고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할 수 있는가?

2008.09.05 15:11ⓒ 2008 OhmyNews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언론통제 #이명박 대통령 #청계천 #쇠고기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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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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