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을 무치고 있다. 신기한지 조카 녀석이 가만히 보고 있다. 얼마나 장난이 심한지 모른다
김동수
"요즘 콩나물은 다듬지 않아도 되지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면 돼요.""호박이 작아 씨를 빼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어머님이 가져다 주신 것이예요. 호박은 살짝만 데처도 괜찮아요." 잡채를 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잡채를 자주 해먹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막내동생 딸인 '예설'이는 끊임없이 손길을 내민다. 벌써 파 한쪽을 먹었다.
"여보 잡채를 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지. 채소, 돼지고기, 당면을 다 섞어면 안 되나?""잡채를 누가 그렇게 만들어요!""채소를 먼저 손질하고, 돼지고기는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놓으세요. 물이 끓으면 당면을 넣으세요. 당면이 불지 않도록 참기름 조금, 식용유로 볶아 둡니다. 손질 해놓은 채소를 볶고, 돼지고기를 볶아, 간장, 엿을 넣어 함께 볶아주면 됩니다."
아내가 시키는대로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반은 아내 손길이 필요했다. 앞으로 잡채를 하면 잡채 하나는 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채가 결코 싶지 않은 음식임을 오늘 깨달았다.
"잡채는 이 정도 하면 되었고, 당신 생일이니 쌀밥이 아니라 팥찰밥을 먹어야지.""생일에는 팥찹밥을 먹어야지."경상·진주 지역에선 생일에 하얀 쌀밥이 아니라 팥과 찹쌀, 맵쌀을 섞어 해먹는다. 팥찰밥을 먹어야 튼튼하게 자란다는 믿음 때문이다. 밥을 안쳐두고 생선을 다듬었다. 아주 작은 고기다. 두 마리에 5천원.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좋은 생선을 사셨으면 좋아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선이 너무 작다. 다음에는 좀 큰 놈을 사야겠다. 남편만 큰 놈을 먹으면 되나. 당신도 큰 놈 먹을 자격이 있었요.""당신이 이렇게 만들어주는 것만해도 고마워요. 생선 크기가 무슨 대수인가.""타는 냄새가 나는데. 아차 그릴 안에 생선이 있지. 깜빡했다. 어이구 좀 타버렸다. 어떻게 하지.""괜찮네요. 이것도 맛 있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