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의 고교선택제 설문조사 결과(2006년 12월)
송경원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강남권 학교로 몰렸을 때, 얼마나 오랫동안 선지원 후추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지금도 강남은 학생이 부족하여 인근의 강동과 동작의 학생들이 이동배정된다. 하지만 과연 10%의 이동배정 비율로 충분할까.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의 연구팀이 2006년에 수행한 모의실험에서는 비강남학생이 강남으로 배정된 비율이 정원의 7%로,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도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강남에 지원한 비강남 학생 중에서 실제 배정된 비율이 공개된다면, 여론은 급전직하 악화될 수 있다. 예컨대 강남 학생은 지원자 대부분이 강남 학교에 가는데, 그 외 지역은 10%도 안되더라는 결과라도 나오면, 서울은 시끄러워진다.
이후 수순은 신자유주의가 발달한 영미에 비추어볼 때, 학교별 입시를 실시하자는 여론이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데, 강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들어갈 수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럴 바에 아예 공정하게 선발시험을 보자"라는 움직임이 등장한다. 그러면 선호학교부터 하나 둘 입시를 본다. ‘통합전형’이 깨진다. 그 순간, 평준화는 해체된다.
슬슬 한국은 대학서열화에 이어 고교서열화의 나라가 될 수도 있다. 대학입시·고교입시·중학입시의 나라가 된다. 이명박 정부를 '20년 전으로'나 '80년대로의 회귀'라고 평가하는데 교육만큼은 그 두 배인 '40년 전으로'나 '60년대로의 회귀'다.
덧붙이는 글 | 송경원은 진보신당에서 교육 분야를 살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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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습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요, 정말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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