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파가 오바마를 보러 경기장에 나왔다.
김헌태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그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타임>은 9월 1일자 기사에서 오바마의 5가지 속성에 주목했다. 그 다섯 가지는 '흑인', '치유자', '초보자', '급진성', '미래'다. 이중 흑인과 초보자, 급진성이라는 측면은 오바마 약점의 핵심이다.
오바마는 외모상,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를 상징하게 된다. 김동석 소장은 미국의 흑인은 크게 보면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중심으로 한 온건그룹과 분리주의를 지향했던 말콤 엑스 계승세력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온건그룹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난 경선과정에서 회교도인 '파라칸'이 이끄는 과격그룹이 오바마를 공개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미 유권자들에게 소수를 대변하는 지도자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 수 있다. 그럴 경우 오바마는 새로운 지도자가 아닌 흑인 후보로 비춰질 수 있다. 그의 오랜 친구인 라이트 목사의 '갓 뎀 아메리카(재수 없는 미국?)' 발언도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다만 앞 기사의 글쓴이인 <워싱턴포스트>의 저널리스트 '데이빗 본 드레흘'은 오바마는 스스로 자신을 흑인 후보에 가두어두려 하지 않고 그렇게 규정되는 것을 극복하려 노력한다고 보았다. 다만, '과연 유권자들도 그를 (흑인이라는 시각을 벗어나) 그렇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또 다른 약점은 바로 '초보자'라는데 있다. 그가 중앙정치에 입문한 지 이제 3년 됐고 미 의사당 내부 지리도 아직 익숙지 않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그는 시장이나 주지사로 행정업무를 수행해 본 경험도 없다. 그는 번지르르한 말뿐이며 구체적 정책은 결여되어 있다고도 비판받는다.
힐러리는 경선에서 이를 두고 '단지 말 뿐'이라고 오바마 후보를 공격했다. 그리고 오바마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이제 공화당 후보인 매케인 진영의 대선 TV광고에 등장해 '적'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하원 의정활동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항상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타협을 통해 풀어나가는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의 경험이 실제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또 다른 공격 포인트는 그의 급진성이다. 첫 번째 통신에서도 잠깐 설명했던 '빨갱이' 논란이 그것이다. 사실 '빨갱이 콤플렉스'가 스며 있을 수 있는 내게도 오바마가 '공산주의자'라는 혐의는 생각보다 구체적이며 사실 관계도 명확해 보인다. 보수진영은 오바마가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정신적 스승을 가졌다고 공격한다.
실제 그가 교류했던 '프랭크 마셜 데이비스'는 시인이자 언론인이지만 급진적 노동운동을 이끌었고 실제 공산당에 가입했던 인물이었다. 또 오바마는 막시스트 사회학자인 '프란츠 파농' 연구모임에 참여했으며 뉴욕에서는 사회주의자 회의에도 참여했다. <워싱턴 포스트> 드레흘 기자의 설명에 의하면 보수진영은 오바마를 '트로이의 목마'라고도 부른단다. 급진적 진보진영 즉 빨갱이 진영에서 중도를 위장해 내보낸 것이 오바마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러한 비난에 대해 대개 웃으며 '나는 그들(옛 공산주의자)에게서 과거를 보았다'고 회상한다. 오바마가 이러한 활동을 할 즈음에 그는 역시 시장주의 경제학자나 정치학자들의 글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당시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했던 기간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다만 오바마 후보가 한국의 정치인이었다면 이러한 사실 관계만으로도 국가보안법으로 옥살이 한 번은 했을 것 같다. 만일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돼서 한국에 온다면 한국의 '보수'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극진하게 대접해야 할까 아니면 공산주의자가 왔으니 방한을 반대해야 할까? 이 외에도 오바마에 대한 비판은 수없이 많다. 그가 철저하게 계산된 출세주의자라는 비판, 그리고 이미 매케인조차도 잘못되었다고 판단해 손을 놓아버린 업체들과의 유착 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을 생각하는 오바마멀리 저 밑에서 오바마가 엄청난 박수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7만5천명의 사람들이 환호했고 일어서서 그를 맞았다. 나처럼 썰렁하게 물끄러미 오바마를 지켜보는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었다.
후보수락 연설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대목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약속', '민생', '정책'이다. 다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부시=매케인'으로 몰아가는 라벨링(낙인찍기)과 민주당의 위대한 전통에 대한 연상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사 초반에 오바마의 약점이자 맥케인의 장점인 군경력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먼저 오바마를 지지하는 군출신 인사들을 배치했다. 이어 여전히 힐러리에 대해 애정이 더 많아 보이는 여성 중심의 백인 노동자 등 나와서 연설을 하는가 하면 행사 마지막에는 모슬렘 등에 대한 시비를 염두에 두었는지 '기도'로 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