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죽쑤는데 군가산점제라도 챙기자"

여당 '제대군인 가산점' 부활 추진... 뜨거운 쟁점 될 듯

등록 2008.09.01 16:42수정 2008.09.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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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군 복무자 가산점 제도에 대해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부활 방침을 밝혀 18대 국회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전경.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군 복무자 가산점 제도에 대해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부활 방침을 밝혀 18대 국회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전경.권우성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군 복무자 가산점 제도에 대해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부활 방침을 밝혀 18대 국회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전경. ⓒ 권우성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가 제대군인 가산점제를 9년 만에 부활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해 이 문제가 18대 국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각종 채용시험에서 군 복무자에게 3% 정도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는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국방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군 복무자에 대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재도입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헌법 39조 2항에 보면 누구든지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며 "공무원 시험을 보려는 군 복무자에게 2년간의 봉사가 시험 준비에 사실상 불이익이 되고 있기 때문에 위헌 시비가 없는 한도에서 가산점 제도를 부활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군대를 다녀오는 게 불이익이라고 생각하니까 프로야구 선수니 뭐니 너도나도 군대 안 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군대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헌법 취지에도 맞다고 본다."

 

홍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서는 가산점제가 (2월13일) 국방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통과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이번 국회에서는 꼭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군대에서 썩는다는 말 나올 정도... 보상 있어야"

 

여당 제5정책조정위원장을 맡은 안홍준 의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는 군대 다녀오면 2년 썩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미국의 경우 징병제가 아닌데도 군 제대자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준다"며 "군 복무자 채용시 가산점을 주거나 복무기간만큼의 국민연금을 정부가 대납해주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가산점제 위헌 논란에 대해 "9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합헌 가능성을 전망하는 법률가들이 많다"며 "당장에라도 의원들에게 무기명으로 소신껏 투표하게 하면 국회통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지난달 28일 워크숍 때만 해도 "당 차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는데,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당론 채택 가능성이 유력해진 셈이다.

 

홍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원내 투톱'이 모두 국회 국방위에 배치되고, 김학송 국방위원장과 공성진 최고위원 등 여권 실세들이 17대 국회에서 고조흥 의원이 발의한 '가산점 부활' 법안을 공동발의한 점도 이번 정기국회 법안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성회 의원이 6월 30일 제대 군인의 입사시 2%의 가산점 또는 호봉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주성영 의원이 지난달 14일 제대 군인에게 3% 이내의 가산점을 주고, 이를 위반한 업체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두 의원은 위헌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가산점 혜택 대상자에 여군을 포함시키거나(김성회),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사람의 수를 전체 선발 예정인원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주성영) 하는 단서조항을 각각 달았다.

 

가산점제 부활에 남성유권자 표 의식한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듯

 

한나라당이 가산점제 부활에 적극적인 것은 향후 선거에서 남성 유권자들의 표를 모으기가 그만큼 유리한 법안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산점제를 부활할 경우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하지만, 군 복무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남성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당직자는 "정부가 죽을 쑤는데 여당이 이런 법안이라도 챙겨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게 아니냐? 여성들이라고 해도 군대 다녀온 아들을 둔 중년 주부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같은 법안을 추진할 경우 여성부와 야당, 여성단체들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여당은 적어도 여성부만큼은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위헌 결정이 다시 내려질 정도로 무리한 법안만 아니라면 여성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안홍준 의원도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으니 무작정 반대만 하지 말고 타협안을 마련해보라고 여성부에 권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성부와 야당, 여성단체들은 예상대로 가산점제 부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대 군인의 보상을 얘기하는 여당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가산점이 부활하면 여성단체들이 또 다시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며 "이 문제를 놓고 남녀 간 논란이 확산될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에 부처에서는 원칙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여성부, '국민연금 보상' 대안으로 검토 

 

여성부는 가산점 부활 대신 군 복무기간 동안 정부가 제대군인의 국민연금을 대납해주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1조~2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하는 게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를 존중하고 군 복무자들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의 인센티브를 고민해야지, 몇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채용에 가산점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가산점제가 다시 부활되면 공무원 채용시험을 보는 자녀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각 가정마다 논란이 다시 불거질 터인데, 이런 제도를 왜 도입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경우 17대 국방위 표결에서 반대표까지 던졌지만, 그의 소신이 18대 국회에서도 당론으로 관철될 지는 불투명하다.

 

송호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은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보상책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이 여성과 장애인 등 또 다른 계층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며 "과거의 헌재도 가산점의 폭이 아니라 가산점제 자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다시 제기되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008.09.01 16:42ⓒ 2008 OhmyNews
#군복무가산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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