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세계 식량 계획(WFP)을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을 일단 유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 가톨릭 교회가 지원하는 32만 달러 정도의 식량이 다음달 중으로 북한에 보내질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대북 지원 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훈일 신부는 2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오늘, 이석웁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지원방식과 지원물자의 적절한 배분에 대한 확인문제인데, 이것이 협상되는 대로 곧바로 9월 중에 들어갈 것"이라며 "쌀과 밀가루 32만 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은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대북 지원을 일단 유보하기로 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난 주  대북 식량 지원 협의를 위해 개성을 방문하고 돌아 온 김훈일 신부는 이날 "북측 민화협 실무 담당자들이 남측에 서둘러 식량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육로를 통한 식량 지원 방법이나 배분 확인 문제 등에 있어서는 소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신부는 "최근의 북한 식량 사정을 감안한다면 민간차원의 조건없는 대북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비공식적 북한 내부 소식에 의하면 평양에서도 배급을 못받고 있는 계층이 있다는 소식이 있고 지방에선 아사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확실하게 들린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식량 계획이 요청한 6천만 달러 정도 규모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즉각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신부는 "우리 정부가 지원에 나서지 않는데, 다른 국가들이 지원하겠느냐"고 지적하면서 "우리 정부가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세계식량기구의 북한 식량 지원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중요한 문제다"라고 우리 정부의 입장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