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회원들이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청원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28일 오전 9시30분경, 국회 본청 앞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과 관련된 두 가지 풍경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장면1] 굳은 표정의 한나라당, 불교계 마음 돌릴 길 없어
이날부터 천안에서 열리는 '의원연찬회' 참석을 위해 150여 명의 소속 의원들과 함께 전세버스에 오르던 한나라당 지도부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전날(27일) 광화문 거리로 쏟아져나온 20여만 명의 '성난 불심'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반면석불(反面石佛; 돌아앉은 돌부처)'이 돼 버린 불교계의 마음을 되돌릴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여권 지지층까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했다.
여당 내에서는 불교계가 요구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박희태 대표를 중심으로 '불교 차별' 갈등의 근원지인 어청수 경찰청장을 '희생양'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잘못한 게 있어야 경질을 할 것 아니냐"며 이 마저도 일축해버렸다.
[장면2] 야당의원들과 시민단체는 '어 청장 파면 촉구 청원서' 제출비슷한 시각, 전세버스로부터 채 5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국회 본청 계단 위에서는 "당신이 불법이다, 어청수를 파면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야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주관한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것. 늦여름 따가운 햇살 아래였지만 50여 명의 참석자들 표정은 비장했다. 현역의원 신분으로 경찰에 연행을 당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나 경찰과 폭행 시비를 낳았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더욱 그랬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는 "촛불집회 진압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법률 위반 및 폭력,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결의안'을 발의하고, 이 대통령에게 어 청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에 나서달라"는 취지의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에 관한 청원서'가 국회에 제출됐다.
무려 11만명이 넘는 시민이 이 청원서에 서명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14명이 청원을 '소개'했다. 성유보 범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11만명이라는 숫자는 실제 100만명, 1000만명일 수 있고, 온 국민의 다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하고 있는 어청수 청장은 독재의 상징이기 때문에 파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경순 민가협 전 상임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기에 있다면, 다음에 국회의원 또 하고 싶거든 국민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대통령 옆에 간신배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앞서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산중 스님과 불자들까지 거리로 나와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어 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