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 등불오세암 등불
김강임
계곡물에 얼굴 씻고 새우잠 자는 길손 가장 높은 봉우리를 넘고 나니 산중에 등불이 대롱대롱 걸려 있습니다. 목탁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목적지까지 50m 남은 것 같은데 안개비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니 망경대로 이어지는 길이 나 있습니다. 카메라도 빗물에 젖었나 봅니다.
오후 6시, 산속은 어두컴컴합니다. 드디어 오세암 절집으로 이어지는 철계단에 도착했습니다. 대롱대롱 이어진 등불이 나그네를 인도 합니다. 백담사에서 오세암까지는 3시간 정도. 3시간의 도보기행이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닌데 길손의 발걸음은 왜 그리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짊어진 배낭이 무거웠을까요. 아닙니다. 그것은 발걸음이 느린 길손의 탓이겠지요.
작은 절집은 북새통입니다. 다음날 열리는 점안식으로 전국의 불자들이 다 모인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절집에서 저녁 공양을 했습니다. 방을 배정 받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그저 새우잠을 청해야 합니다.
불편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겠지요. 사치를 부리고자 하는 욕심 말입니다. 설악의 산속 마지막 여름밤이 깊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설악의 절집에는 계곡물 소리가 마치 파도 소리 같습니다. 그러니 어디 잠을 청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