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계사무소앞에 뉴타운 상담을 홍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권우성
직장인 김모씨는 2006년 하반기에 집값의 절반이나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 다소 무리한 대출로 인해 처음에는 불안했다. 그러다 지난해 집값이 1억 9천만원에서 3억 3천만원까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르자 불안한 마음은 이내 뿌듯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김씨는 양도소득세 면세 시점만 되면 집을 처분해 빚을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오르는 금리로 인해 가계 재정상태가 적자구조로 돌아서자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했다. 9700만원의 부채는 이자만 겨우 갚고 있는 상황이고 부동산 외 자산은 마이너스가 나고 있는 펀드가 약간 있을 뿐이다. 김씨의 아내는 세금을 내고서라도 팔아서 전세로 이사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그녀는 "모르는 소리한다"는 남편의 핀잔만 들어야 했다.
그 누구도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가 1억9천만원에서 3억3천만원까지 상승했다는 사실 앞에서 흥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집 하나 잘 산 것만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1억 4천만원이나 벌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뜨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흥분과 들뜸을 냉철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산 가치 상승이 가져다 주는 달콤한 유혹에 쉽게 이성적 판단을 접어 버린다.
일명 자산효과(wealth effect)라는 것이 있다. 주택이나 주식 등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아직 장부상의 가치일 뿐임에도 통계수치에 뚜렷한 소비 증가세가 눈에 띌 정도로 일명 돈 벌었다는 생각에 들뜨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자산의 가격 상승이 내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2002년 이후로 상당히 약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소비를 늘리고 싶어도 이미 큰 빚을 내서 집을 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산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산이 늘고 있어 미래의 소득이 증가할 것이란 기대심으로 가계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심각한 지경까지 가고 있는 것은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위 김씨의 사례는 평달 소득의 20% 이상을 부채이자로 고스란히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위험한 성취감에 취해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양도소득세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득의 20% 이상을 은행 이자로 지출하는 생활을 반복하는 것이다. 심지어 금리가 오르고 있어 이자비용이 지난해에는 50만원이 안되었었는데 최근에는 60만원 가까이까지 올랐다. 이대로 계속 오른다면 조만간 소득의 30%를 넘길 수도 있다. 물가까지 올라 외식도 거의 포기하고 전기 불 하나에 신경 쓰는 생활을 하면서도 양도소득세 절세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과 한번 올랐을 때 경험한 들뜸이 이런 불편하고 아슬아슬한 현실을 감내하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매물 조차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현실임에도 양도차익을 실현하겠다는 욕심으로 자산가치에 대해 주관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고 3억3천만원까지 갔던 최고점 가격에 호가가 머물러 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현실은 그 호가에 매수자들이 매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고 그 만큼 시장 가격은 이미 매수자들에게는 심리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도자들만이 막연한 믿음, 최고 가격에 대한 미련으로 자산 가격에 대해 착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자산 착시 현상으로 하루 하루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의 위험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오를 것이란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