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신관으로 통하는 지하식당의 통로(오른쪽 위)로 나가려는 유재천 이사장을 사원행동 직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미디어오늘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KBS의 새로운 사장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사장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방송전략실장이었던 김인규 전 KBS 이사였다.
하지만, '특보단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과 함께 김인규 전 이사는 사장 공모를 포기한다. 물론 고령의 김은구 전 KBS 이사가 후보로 부각됐지만, '최시중과의 저녁식사'에 참석한 것이 발각된데다가 KBS 인사관리실장이었던 1990년 당시 감사원에 의해 비위를 적발당한 경력이 있는 등, 그가 사장으로 임명될 경우에는 '방만한 경영'과 '현저한 비위'를 명분으로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한 명분 자체가 틀어져버리게 된다.
이병순 KBS비지니스 사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KBS이사회에 의해 사실상 사장으로 낙점됐다. 대통령의 임명 절차가 남아있지만 말 그대로 '절차'에 불과하다. 정연주 전 사장의 남은 임기 1년 4개월은 그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병순 사장 선임, '여론' 의식한 한발 앞선 수앞서 이야기했듯이, '김인규 카드'가 무산된 이후 KBS이사회는 'KBS 출신 발탁'이라는 선임 명분을 내세웠다. 그 과정에서 거론된 후보들은 실제로 KBS 내부 출신이었으며, 별다른 정치적 특색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만, 김은구 전 KBS 이사가 "좌경화가 대한민국을 위협한다"는 취지의 우익단체 선언에 참여한 전력이 부각됐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변화는, '특보단 인사'와 같은 '자극적 인사'가 아니라, '덜 자극적인 인사'들을 유력후보로 전면배치했다는 점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나 '방송 장악 기도' 논란을 가급적 피하면서, 노조의 반발 역시 잠재우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로, KBS는 그와 같은 대처가 아주 잘 통할 수 있는 독특한 방송사였다. KBS노조는 정연주 전 사장과 대립각을 세우던 '반 정연주' 성향을 공개적으로 내세웠으며, '정연주 사장 해임'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한 세력은 소수의 'KBS 사원행동'이 유일했다.
결국, '정연주 축출'이라는 목표가 어쨌든 해결된 KBS노조로서는 YTN의 경우와 같이 '특보단 인사'와 같은 노골적인 낙하산이 아니라면 새로운 사장 선임에 대해 굳이 맞서야 할 이유가 없었다. '최시중과의 저녁식사'에 참석했던 '김은구 전 이사'에 대해서만 반대 목소리를 내세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병순 사장 선임'은 결국, 이명박 정부나 KBS이사회의 여당 측 이사들로서는 전략적으로 잘 절제된 사장 선임이라고 할 수 있다. KBS노조를 주저앉히면서 야당이나 언론인의 입장에서도 뚜렷한 공격의 빌미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이병순, '엄기영'을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