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외환시장...환율폭등, 3년9개월만 최고치

1달러당 1080원 육박... 수입물가 자극, 외환당국도 "쩔쩔"

등록 2008.08.25 19:22수정 2008.08.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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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별로 할말이 없네요. (정부의 시장개입이) 더 이상 약발이 안 먹히죠."

 

25일 오후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인 김 아무개 차장의 말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 차장은 "저쪽(외환당국)에서도 (달러가) 풀린 것 같은데, 시장 막판에 매수세가 워낙 세다보니 어떻게 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이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에 이어 다시 큰폭으로 올랐다. 1달러에 1080원대에 육박했고, 이는 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이날 1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를 내다 팔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동안 최근 몇달새 200억달러 이상을 환율방어에 쏟아 부었던 정부 입장에선 결국 고환율 정책에 이어 또 다시 환율 정책에서 실패하게 된 셈이다.

 

시장에선 "잘못된 정책(고환율 정책)을 잘못된 방법(외환시장 개입)으로 풀려다가 결국 물가도 못 잡고, 아까운 외환보유고만 날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년 9개월만에 사상최고치, 1달러에 1080원 육박... 외환당국 "쩔쩔"

 

25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무려 16.40원이나 오른 1달러에 1078.90원에서 거래가 끝났다. 지난 2004년 11월 1081.40원을 기록한 이후 3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외환시장은 1064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가, 오후 들면서 달러를 사들이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외환당국이 뒤늦게 달러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개입했지만, 환율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에선 하루종일 환율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재정부 국제금융쪽에선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면서, 강만수 장관 등에 시장상황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이후 공식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한국은행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실시간으로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체크하고, 해당 관련 부서에선 향후 전망에 대한 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외환당국에선 향후 환율 상승과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꺼리면서 당혹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현재의 환율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아니지만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마 최근 환율 상승로 이같은 유가 하락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잘못된 정책을 잘못된 방법으로 풀려다가 결국 실패한 셈

 

문제는 앞으로다.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의 오름폭이 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율이 1100원선을 넘어 1150원선까지 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제유가 안정과 금리 인상 등으로 잠시나마 잠잠했던 물가 문제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된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이미 유가 하락 효과를 넘어서, 수입 원자재 등의 물가는 더욱 뛰어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이미 예전부터 예상이 됐던 것인데,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이것(환율상승)을 인위적으로 막아온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예전 처럼 시장에 개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고환율 정책)을 잘못된 방법(외환시장 무리한 개입)을 바로 잡으려다가 결국 실패한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채산성 악화, 물가 상승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8.08.25 19:22ⓒ 2008 OhmyNews
#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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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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