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내 테니스장. 입주민들은 단 한명도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멀리 보이는 정면은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다.
심규상
입주민들 "왜 남의 동네 사람들이 주인행세하나?"
논란은 아파트 관리주체인 대전시 산하 대전도시개발공사가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아파트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입주민들은 대전도시개발공사측에 아파트 주민들 중 테니스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이 참에 청소년 등 실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있는 농구장 또는 배드민턴, 인라인 롤러장 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테니스장을 이용하고 있는 삼락회 회원들과 한마음테니스 동우회 회원들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시설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전시와 대전도시개발공사에 각각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또 "1개면으로는 많은 테니스 회원들이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회원들도 대부분 같은 대덕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테니스장 시설을 보강해 주지는 못할 망정 시설을 없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은 입장이 담긴 호소문을 회원 연서명을 받아 대전시와 도시개발공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도시개발공사는 테니스 동우회 측의 반대가 커지자 2개 면 중 1개 면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동우회 "시설 보강 못할 망정 왜 있는 시설 없애려 하나"대전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당초 테니스장 2개 면을 모두 철거하고 입주민과 단지 청소년들이 실제 사용가능한 시설로 전환하려 했다"며 "하지만 기존 테니스장을 사용하고 있는 동우회 측의 반발로 1개 면은 유지하고 나머지 1개 면만 인라인스케이트장으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파트 입주민인 이상만(73) 무지개 한마음운영회장은 "최근 지역구 시의원의 중재로 1개 면만 철거하기로 잠정합의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2개 면 모두 기존대로 사용하겠다는 테니스동우회 측 주장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영구임대아파트에 세를 내고 살고 있지만 엄연한 아파트 주인"이라며 "남의 동네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 테니스장을 10년 째 자기 집 처럼 문까지 잠그고 다니며 주인행세를 해온 것도 모자라 입주민을 위한 시설로 변경하는 것까지 가로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아파트 입주민인 이아무개(45)씨는 "인근에서 비교적 잘 사는 주민들이 영세민 아파트 땅 마저 빼앗으려하는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어렵게 산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을 우습게 보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도시개발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입주민들이 전혀 이용하지 않는 테니스장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입주민도 "주차장이 부족해 아침 저녁으로 주차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외부인들이 테니스장을 이용해온 10년 동안 입주민들은 주차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