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호 앞에서 남편관광객과 승무원을 합하여 총 3000여명에 이르는데 뒤로 보이는 광경만으로도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허선행
'슈퍼스타 버고호', 우리가 탈 배이름이다. 배를 타려면 홍콩까지 가야만 한다. 인천공항에서 홍콩까지의 비행시간이 제주만큼 가깝게 느껴진 것은 버고호에서의 생활을 그리며 비행기를 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날씨보다 습도가 높아서인지 후덥지근한 홍콩의 날씨로 인해 잠시 짜증이 났다. 홍콩공항에서 부두로 가는 길에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배를 타러 갔다. 배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출입국심사대 주변 사람들로 더 덥게 느껴졌고, 절차도 비행기보다 오히려 더 까다롭고 복잡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워낙 많은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 아닐까? 승선인원이 자그마치 1900여 명, 승무원만도 1100명이라니 어마어마한 규모이긴 하다.
홍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큰 배를 몇 걸음 걸어가 바로 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사실도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홍콩이 무역도시인 것도 수심이 깊어 큰 배가 바로 정박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와 홍콩은 시차가 1시간이라고 한다. 그곳 시각으로 오후 4시경 오랜 기다림 끝에 승선을 했다. 환영 세레나데가 울리고 각종 인형을 쓴 이벤트 팀과 전속 사진사가 사진까지 찍으니 승선의 기쁨이 한껏 고조되었다.
팡파르처럼 울리던 음악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내가 멀리 온 것을 느낀 것은 생김새와 차림새가 모두 다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배 안 로비에 들어서서다. "우와, 너무 멋지다!" 로비 조형물과 잔잔히 흐르는 음악, 해마와 기하학적인 모양이 수놓인 멋진 칼라의 양탄자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불빛이 들어오는 엘리베이터 세 대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도 로비에서 본 멋진 풍경중 하나다.
7층 리셉션에서 승선카드를 받았다. 우리는 발코니 룸이라 빨강색 띠가 들어간 승선카드를 받았다. 앞으로 배안에서의 모든 생활이 이 카드로 이루어진다. 결재도 물론. 곧바로 선박안내(십 투어)가 이루어졌다. 이천 명 되는 승객 중 한국 사람은 단 열두 명뿐이다. 그래서인지 선박안내는 영어와 중국어로만 했는데 우리는 영어로 하는 안내를 받았다. 그들의 손짓과 표정으로 반은 알아들었다. 나머지는 부족한 영어이긴 하지만 들리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