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기와 뼈
이승철
"캬! 맛있다. 역시 고래 고기 맛이 최고야.""고기 맛 좋은 데, 소주 안주로 그만이구먼."소주를 곁들여 먹으면서 고기 맛이 매우 좋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그들은 정말 고기 맛이 좋은지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으...! 무슨 고기 맛이 이래? 난 못 먹겠는데..."비주류 쪽 상에서 첫 번째로 고기를 한 점 맛본 일행이 얼굴을 찡그린다.
"왜? 저쪽에선 맛있다는데."옆 자리의 다른 일행도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어! 정말이네. 무슨 고기 맛이 이래? 나도 못 먹겠는 걸."모두 울상들이다. 나도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 씹었다. 그런데 정말 맛이 영 아니었다. 약간 비릿하고 또 약간 역겨운, 옛날 기억 속의 그 맛이었다. 그래도 한 점 맛본 것으로 모두를 평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 다른 색깔의 고기를 집어 다시 씹어 보았다.
그런데 이번엔 잘 씹히지가 않는다. 고기가 매우 질겼다. 맛도 없고 질기거나 비릿한 맛,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비주류 쪽 상에서는 더 이상 고래 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옆의 주류쪽 상은 달랐다.
고기 접시가 거의 바닥이 나고 있었다. 여전히 맛있다며 잘도 먹고 있었다. 비주류 쪽 일행들이 접시를 주류쪽의 옆 상으로 밀어 놓는다. 아무도 먹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