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외 수당이 연간 1천만원 넘는 직장은?

산업은행, 부실대출로 34억원 손해나도 직원 성과급 '두둑'

등록 2008.08.22 12:22수정 2008.08.22 12:24
0
원고료로 응원

금융위, 산업은행 예산 안 부족한데 계속 더 줘…6년간 절반 상승

 

외환위기 당시 9조70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이 지원됐지만, 아직도 부실대출로 34억원의 손해를 내면서도 직원들에게 과도한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는 국책은행은 어디일까?

 

산업은행은 재무제표를 허위 기재한 회사에 거액을 대출해줬다가 34억원의 손실을 봤으면서도 오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일하는 직원들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간 큰 기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의 자회사인 산은 캐피탈 역시 부실 PF 대출로 몇 백억원이 회수 불능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유형자산을 매각해 영업이익이 올랐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을 몇 십억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 등이 이렇게 돈을 펑펑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산은의 소관청인 금융위원회가 전년도 예산을 다 쓰지도 않았는데, 다음년도 예산을 추가로 더 승인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감사원은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18일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산업은행을 감사한 결과 직원에게 과도하게 성과급 등을 지급하는 문제점이 발견돼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 산은 대출시스템 뻥 뚫렸네?…34억원 손실= 산은은 제조업 또는 제조업과 관련된 분야에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도록 돼 있는 법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상 제조업을 영위하는지 의심스러운데도 제조시설에 대한 확인 없이 25억원을 대출해주기도 했다.

 

더구나 이 회사는 처음 대출을 받은 이후 6개월 후에 다시 60억원이라는 거액의 대출금을 요구했는데도 별다른 신용조사 없이 대출해줬다.

 

이 회사는 귀금속 장신구 제품을 대부분 무자료로 도매업체에 판매해왔으며, 가공의 매출이나 수출실적을 근거로 대출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얼마 있다가 부도가 발생, 산은은 대손상각 처리된 34억9730만원(이자 제외)의 피해를 입게 됐다.

 

또한 자회사인 산은캐피탈 역시 작년 9월 부산의 한 회사에 750억원의 PF 대출을 해줬으나, 대출 사업성 분석을 부실하게 해 작년말까지 상환 예정이었던 300억원 중 40억원만 상환됐으며, 올 6월 해당 회사가 부도가 나 향후 대출 원리금 전액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하게 됐다.

 

□ "오후 5시반부터 7시까지 일해도 시간 외 근무수당 줘요"=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연간 1000만원 이상을 받는 직원이 12명(작년 기준)이나 될 만큼 산은의 시간외 근무수당은 부적절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원래는 오후 7시 이후의 근무 실적에 대해서만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하도록 했지만, 2006년 노사합의에 따라 근무시간 종료 이후(근무시간 9시 30분~17시 30분) 7시 사이의 근무에도 시간외 근무수당을 인정해 시간외근무 실적이 연간 60시간이 넘는 직원이 2006년 302명에서 2007년 995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산은은 직원들에게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고, 미사용 일수에 대해 연차휴가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2004년 7월 1일부터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월차휴가제도가 폐지됐는데도 이를 전액 보상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142억1500만원의 연·월차보상금을 추가 지급했다.

 

이와 함께 산은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전임 은행장 등 퇴직임원 11명에게 퇴직금 10억6300만원을 지급했다. 일반적으로 기본급의 10%를 퇴직금으로 적립하는 것이 맞지만, 2005년부터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한 금액에 1/21을 승한 금액을 매년 적립해 결과적으로 3억3900만원의 퇴직금을 더 줬다.

 

한편 산은캐피탈은 유형자산 처분에 따른 이익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이를 근거로 2006년도 2007년에 단체성과급 14억7600만원을, 특별인센티브성과급 11억8500만원을 나눠줬다.

 

□ "예산 안 부족한데도 자꾸 더 많이 줘요"= 부실대출을 해주면서 34억원이라는 거액을 손해봤는데도 직원들의 성과급을 무차별하게 퍼줄 수 있는 산은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산은의 예산을 집행하는 금융위원회가 산은의 전년도 예산 집행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5~10% 이상 더 많은 예산을 승인해주기 때문에 산은은 풍족하게 살림살이를 운영할 수 있었다.

 

감사원이 2002년부터 2008년 3월말까지 예산편성 및 집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2년도 예상집행액은 3026억7700만원으로 예산편성액(3430억5200만원)의 88.2%만 사용해 나머지 자금이 남아있음에도 2003년도 예산편성액은 이보다 10.3% 증가한 3785억5400만원을 승인해줬다.

 

최근 2008년의 경우도 2007년도 예산집행률이 77.9%밖에 되지 않는데도 2008년도 예산은 전년보다 8.2%증가한 5962억원을 승인해주는 등 결국 6년 동안 예산이 절반 가량 늘어났다.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예산은 대부분 모자라서 예산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산은의 경우 소관청인 금융위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예산근거에도 없는 특별성과상여금을 직원에게 지급할 수 있었다. 

 

조세일보 / 최정희 기자 jhid0201@joseilbo.com 

2008.08.22 12:22ⓒ 2008 OhmyNews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조세일보는 국내 유일의 '리얼 타임 조세 전문 웹진'입니다. 매일 매일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생생한 기사를 뉴스 당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세정가에 돌고 있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고 싶으시면 www.joseilbo.com을 클릭하세요. 기사 송고 담당자: 손경표(직통 없고 대표전화만 있다고 함)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5. 5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