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의 실용화'나 '실용(實用)검찰'을 추구하나?

광고중단운동 참여자의 사전구속영장청구에 대한 발언을 보고

등록 2008.08.20 15:34수정 2008.08.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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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한 조간신문은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 기사는, 검찰이 19일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언론 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카페 개설자 이모씨(39) 등 6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서울중앙지검 김수남 3차장검사가 19일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네티즌들이 “직접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들의 항의 전화를 ‘예견하고 선동’했기 때문에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업무방해의 공범이다”고 밝혔다는, 일문일답식 기사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8200013365&code=940301

 

대한민국의 ‘형법(刑法)’은 총칙에서 제3절로 공범(共犯)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공범인 교사범(敎唆犯)에 대해 제31조 1항은 “타인을 교사(敎唆)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2항은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3항에는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 전항과 같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따라가지 못해 안달내고 그래서 더욱 더 따라가고자 기를 쓰며 선진국 사례를 원용하는 대한민국임에도, 그 선진국들에서는 소비자운동으로 널리 인정받는 광고중단운동이 범법행위인지 아닌지 또는 그것이 정당한 소비자운동인지 아닌지는 일단 논외로 합시다. 일단 법 규정만 살펴보면, ‘교사(敎唆)’란 ‘남을 꾀거나 부추겨서 나쁜 짓을 하게 함’이라는 ‘꾀거나 부추김’의 사전(辭典)적 정의(定義)이기에 검찰고위관계자의 얘기는 일견 틀림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전적 정의’로 법을 적용하기로 한다면 공범의 종범(從犯)을 규정한 제32조인 “타인의 범죄를 방조(幇助)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는 법 규정도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엿장수 맘대로’인 자의적(恣意的) 법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방조(幇助)’의 사전적 정의란 ‘정범(正犯)의 범죄 행위에 대한 조언, 격려, 범행 도구의 대여, 범행 장소 및 범행 자금의 제공 따위로 남의 범죄 수행에 편의를 주는 모든 행위’가 방조이기 때문입니다.

 

즉 ‘조언과 격려’라는 단어는 마음먹기 나름에 따라 모든 것을 법의 이름으로 걸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자 같은 신문의 1면 톱(Top)은 “올림픽선수단 도심 퍼레이드 ‘스포츠, 정권홍보 활용’ 논란 : ‘70년대 발상’ 비판에 체육회 ‘정부 방침’”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08191826205&code=980901

 

이 기사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의 화합을 저해하는 ‘예견되는 선동’으로 판단하기만 한다면 어떠한 법을 가져다 대서라도 처벌하겠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눈치를 보느냐 눈치를 보지 않고 눈 딱 감고 하느냐의 차이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기사에 만약 어떤 네티즌이 ‘이북에서 군중을 동원하는 행사를 치르는 것에 그렇게 비난하더니 욕하면서 닮아가는 것인가? 똑같네’라고 댓글을 달거나 국민들이 서로 얘기만 하더라도 능히 ‘예견되는 선동’으로 어떤 법을 가져다 대서라도 처벌하겠다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일도 아닐 것입니다.

 

못 본 척 침묵하거나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면 모든 비판(비난이 아닌 비판)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과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독재라 얘기하던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에 실제 우리가 겪었던 비슷한 사례들입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찰 고위관계자는 ‘게시물을 보고 직접 전화를 건 네티즌들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전화를 실제 누가 걸었는지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증거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를 아주 쉽게 토로하고 있습니다. 마치 어려우면 아주 ‘쉬운’ 길, 즉 ‘실용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얘기로 국민들에게 들립니다.

 

처벌을 희망한 10개 업체가 업무방해로 수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그러한 피해가 발생했는지의 피해여부가 재판에서 핵심으로 부각될 것이 자명함에도 재판을 위한 서류인 공소장에 정확한 피해업체의 정보도 실명으로 넣지 않고 익명으로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판단에 어려움이 있는 미성년자도 아니고 국가안보를 위협할 국가비밀이나 외교기밀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도 ‘처벌을 원하는 업체를 공개하지 않으면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어떻게 업무방해라는 실질적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의 다툼을 준비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혹시 검찰이 죄가 있다고 하면 재판장은 그렇게 판단만 하고 형량만 정하면 된다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인지 궁금할 뿐입니다.

 

지금의 (행)정부는 실용정부라고 스스로 명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검찰이 ‘실용(實用)검찰’이 되기로 작심하였나라고 국민들은 얘기하고 있습니다. ‘실용’이란 말이 경제적인 문제의 정책수립이나 집행에 사용되는 말인 줄 국민들은 알고 있는 사이 ‘실용검찰’ ‘실용경찰’ ‘실용공안’등 법치(法治)에 ‘실용’을 사용할 줄 몰랐다며, 그래서 그들의 천재(天才)성(?)에 국민들은 놀라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인간의 역사는 ‘항상 받은 만큼 돌려주는’ 반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의 반복은 결국 혼란이라는 짐이 되어 국가와 국민들만 힘들어 진다는 것을 느끼는 국민들의 눈에는, 커다란 염려가 되는 작금의 흐름입니다.

2008.08.20 15:34ⓒ 2008 OhmyNews
#광고중단운동 #소비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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