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볼 수 있던 광경. 굽이진 골목 사이에서 이런 것들을 찾아낼 때마다 보물을 찾은 듯 반가웠다. 방문객들은 창틀에 놓여진 오래된 TV를 재미있어 했다.
강동주
사진 속에 주로 표현되는 군산은 일제 치하의 흔적이고 한 때 잘 나갔던 항구 도시의 모습이다. 흑백 처리를 하지 않아도 옛날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장소가 많다는 것은 사진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직접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느낀 건 미안함과 씁쓸함이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과거를 상징하는 피사체로 가둬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이 만들었다며 떡볶이를 권하시던 동네 할머니들의 친절이 무색하게도 사진만 찍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버린 일은 두고두고 후회된다. 해망동 앞 주차장 벽화에 이런 글귀가 있다. “하늘, 바람, 사람, 골목, 비, 바다 무엇을 보셨나요?” 해망동 여행의 막바지에 본 이 글귀가 나를 반성케 했다. 사람을 보지 못하고 외지인들이 그려놓은 이색적인 볼거리만 찾아다닌 셈이니 말이다. 해망동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캔버스 위 그림이요, 프레임 속 피사체로 여겨지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러 군산에 오는 사람들이 들렀다 가는 곳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앞서 말했던 철길마을, 내항 근처 장미동, 해망동, 적산가옥 등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적산가옥이나 군산세관 같은 일본식 건물은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으로 인기가 많다. 정작 군산 토박이인 나조차도 가보지 못했던 동네까지 사진 마니아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모양이다.
한편 군산시는 내항 일대 구도심을 활용해 근대 문화 테마파크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근대 건물 복원과 박물관 설립이 그러한 움직임 중 하나이다. 내항과 좀 떨어진 지곡동에는 근대 박물관을 지을 예정이라고도 한다. 일부 적산가옥들도 보수 공사에 나섰다. 이와 같은 문화 사업이 완성되고 나면 역사책에서만 보던 일제 치하의 현장을 견학하러 군산에 오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한층 더해진 옛날 분위기에 출사 오는 사람들도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다. 그들이 사진 속에 담아가는 군산의 모습이 어떨지는 그들이 무엇을 보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