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타이완"을 내건 피케팅.
곽형덕
야스쿠니신사 앞의 피켓들 사이에서 "일본은 하나의 타이완을 지지한다(Japan supports One Taiwan!!)"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하나의 타이완'은 '하나의 중국'을 내건 중국 정부의 기치에 정면으로 맞서는 안티테제로서 중국 분열을 꿈꾸는 일본 우익의 속내에 들어맞는 구호다.
예컨대 일본 우익의 대표적 인물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 도쿄도 지사는 중국에 대해 지나(支那, 본래 중국을 지칭하는 지리적 개념이었으나,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이 말을 중국을 경멸적으로 부를 때 사용하면서 정치적 개념으로 바뀌었다)라는 경멸적 표현을 써가며 하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타이완에는 상당히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티베트, '동투르키스탄', 타이완 독립 회복"을 주장하는 이들이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평화 공존하던 모습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칼 슈미트의 표현대로 '강력한 적대국'이 코앞에 다가온 것에 대해 경멸 섞인 불안감을 느끼는 일본 우익이 새로운 제국(중국)의 분열을 꿈꾸는 이들의 시위를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이런 측면에서, 평화 공존 수준을 넘어 반중연대의 징후마저 엿볼 수 있다).
침략 전쟁 책임 거론? "너 지나인이지"일본 우익이 이처럼 반중국 세력에 우호적인 배경 중 하나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다. 이는 또한 일본의 치부를 드러내는 움직임에 대한 강렬한 적대 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이른바 '종군위안부' 문제나 일본의 전쟁 책임 관련 피켓을 들려고 하면, 우익 단체 회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피켓을 빼앗기 일쑤다.
리인(李纓, 중국 광둥성 출신의 영화 감독으로 일본에서 살고 있으며, 1999년 <2H>라는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NETPAC상을 받음) 감독의 다큐멘터리 <야스쿠니>(2007년 제작)에는 이에 관한 흥미로운 사례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 일본 우익 단체 회원들은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일본의 전쟁 책임론을 외치던 청년들을 향해 "중국인은 일본에서 나가라"라고 위협한다. 우익 단체 회원들은 집요하게 반전 청년들을 따라가며 밀치고 "너 지나인(중국인)이지!"라고 위협한다. 그 청년들이 끝내 경찰에 연행되며 "우린 일본인입니다. 왜 우리를 연행합니까"라고 외치는 실제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처럼 우익의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들은 자국인이든 아니든 '비국민'인 셈이다. 앞에 거론한 사례에서 일본 우익의 속내와 들어맞는 '티베트 독립'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도, 반야스쿠니 시위대와 함께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악다구니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