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만나다힘들게 올라오던 천불동 계곡~ 드디어 전망이 드러나기 시작하고...공룡능선이 조망된다~
이명화
우린 마치 이제 막 수학여행 온 사춘기 소년 소녀처럼, 혹은 신혼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즐거워한다. 집을 나서 길 위에 차를 올려놓고부터 끝도 없을 것처럼 이어지는 길, 길 위를 차로 달리며 가슴 설렌다. 지도상으로 보면 경남 양산에서 강원도 속초는 끝에서 끝, 극에서 극이다. 우리는 먼 길 여행을 나선 것이다.
첫째 날( 8.11 .월), 설악동 야영장
설악산(해발 1708미터)은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는 뜻에서 예로부터 설산, 설봉산, 설화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고 금강산을 서리뫼라고 한 것과 관련해 우리말로 '설뫼'라고도 하였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1950미터), 지리산(1915미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설악산을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하룻길을 달려왔다. 설악동 야영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6시 10분이었다.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도착했다. 참으로 먼 거리다.
설악산국립공원 내에는 마을과 상가, 노래방, 모텔, 은행, 동사무소, 민박집, 카지노 등 모든 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야영장에 자리를 잡고 남편은 텐트를 친다. 주차비 2000원, 야영비 3500원, 샤워비 1인당 1000원이다. 야영장 시설은 넓고 깨끗하고 아주 잘 되어 있다. 설악동 야영장은 9만7670제곱미터, 취사장 6동, 화장실 4동, 샤워장 3동, 매점 1동, 매표소 1동, 관리동 1동, 운동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다.
야영장은 마치 크고 넓은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다. 잔디와 풀밭으로 되어 있는 넓은 야영장에 텐트를 친다. 화장실도 아주 깨끗하고 샤워장에 물은 얼음처럼 차고 콸콸 흘러 물 걱정이 없다. 마치 공원처럼 넓은 야영장 군데군데 나무그늘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있다. 혹시 텐트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이곳 야영장에 쳐놓은 유료 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텐트를 다 치고 나니 6시 45분이다.
한꺼번에 피로가 몰려든다. 저녁을 먹은 뒤 속초 시내에 들러 필요한 물품들을 몇 가지 구입한다. 속초 시내 대형할인점은 여행객들이 몰려 성수기를 누리고 있는 듯하다. 국립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속초 시내의 해감내 풍겨오는 바다를 낀 떠들썩함과는 다르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도열한 고요한 아스팔트길로 이어지고 국립공원 내에서도 B동과 C동으로 갈라진다.
B동은 노래방, 카지노, 모텔, 상가 등 제법 규모가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 아무 준비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C동은 큰 야영장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마을, 마을 안에 소박한 집들과 상가들로 되어 있다. 밤이 되면서 야영장 텐트 불빛들도 하나 둘씩 켜지고 일찍 잠든 사람들의 텐트는 불이 꺼져 있다. 가을 밤 같다. 밤공기는 차고 상쾌하고,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늦은 밤, 대학생들이 모여 앉아 단합대회라도 하는 것일까.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밤을 잊은 채 피 끓는 뜨거운 청춘의 한 때를 보내고 있고, 국립공원 체험장에 모인 초등학생은 단체로 모여앉아 산악 영화를 보고 있다.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들이 야영장 안에 느껴진다. 넓은 야영장에는 많은 텐트촌이 형성되었는데도 조금씩 떨어져 있어 속닥속닥, 소곤소곤 좀 멀리 들려올 뿐 시끄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 부부, 연인, 친구들, 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든 설악동 야영장의 밤은 길어간다.
30분은 족히 걸리는 야영장 안을 밤공기 속에서 산책한다. 밤을 잊은 사람들이 밤늦도록 불빛을 밝히고 있다. 설악동 야영장 텐트 마을에 밤 깊을수록 별이 내린다. 기대 이상으로 넓디 넓은 풀밭, 깨끗한 텐트촌. 멋진 밤이다. 밤 11시 30분, 텐트 속에 들어온다. 이웃 텐트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둘째 날(8. 12. 화), 소공원 앞~소청대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