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번째 직천 주민 체육대회90년대 후반에 폐교되어 현재 도자기 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옛 직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년 8월 15일이면 열리는 직천 주민 체육대회가 마흔한번째를 맞이했다.
이유빈
오전 10시부터 각 마을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운동장 곳곳에 펼쳐졌고, 음식을 준비하는 부녀회원들과 배구 경기를 위한 코트를 설치하는 동네 아저씨들이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주민 체육대회엔 단순한 친목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현재 무건리 훈련장 확장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이곳 오현리는 옛 직천리에 살던 주민들 다수가 이주를 해서 정착한 곳이다.
옛 직천리에는, 1980년 당시 정부가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만든 무건리 훈련장이 자리 잡고 있다. 탱크들이 다니고 포탄 및 실사격 훈련 등으로 사람이 살던 마을의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한동네에 살다가 강제로 쫓겨난 주민들은 한꺼번에 한 마을로 정착하지 못하고 일부가 흩어져 살게 되었고, 8월 15일에 열리는 주민체육대회는 바로 흩어져 살게 된 옛 동네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해주는 하나의 계기로 자리 잡고 있다.
배구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된 체육대회인 만큼 이날의 중심 행사는 배구 경기였다. 규격을 맞춘 흰색 라인 안에 선 주민 선수단은 각오가 비장한 모습들이었다. 단체복을 맞춰 입고 경기에 참가한 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