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의 뾰족한 산 밑에 석류굴이 있고 왕피천이 흐른다
이승철
그런데 다리 밑으로 내려가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곳 역시 따가운 땡볕을 막아줄 다리 그늘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너편은 괜찮을 것 같아 다리를 건넜다. 다리 밑으로 내려가자 젊은 커플이 천막을 쳐놓고 있었는데 그들도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천막 옆에 제법 넓은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옆으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직 신혼부부로 보이는 그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그것도 미안하고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멈칫거리다가 일행의 부인이 그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젊은 커플은 흔쾌하게 자신들의 천막 옆 빈자리를 이용하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표정을 보니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자리를 폈다.
우리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까지 그들의 식사는 계속되었다. 우리들이 음식을 모두 꺼내놓고 보니 그들 젊은 커플이 먹고 있는 음식이 상대적으로 너무 빈약해 보였다. 우리들은 서울에서 나름의 밑반찬을 넉넉히 준비해 간데다 아침에 민박집에서 밥이며 찌개까지 넉넉히 끓여가지고 갔었기 때문에 먹을거리가 풍족한 편이었다.
시원한 다리 밑에서 먹는 꿀맛 같은 점심그들에게 조금 나눠줘도 되겠느냐고 물으니 매우 고맙게 받아들인다. 곧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다리 밑에 넓게 둘러 앉아 먹는 점심 맛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