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대청향대청은 제례에 사용하는 향과 축, 폐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이종찬
종묘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아름답고도 웅장한 건물들종묘 안에는 망묘루, 공민왕신당, 향대청뿐만 아니라 재궁, 공신당, 칠사당, 정전, 정전수복방, 별묘인 전사청과 영녕전, 정전 악공청, 영녕전 악공천 등이 짙푸른 나뭇잎을 비집고 가끔 내비치는 햇살처럼 빼곡히 숨어 있다. 영녕전 악공천을 지나 한동안 숲길을 걸어가면 창경궁과 이어지는 문이 있다.
재궁 앞에 선다. 아담한 모습을 한 재궁은 왕이 제례를 올리기에 앞서 목욕을 하고 몸을 단장하던 곳이다. 재궁 북쪽에 있는 건물은 어재실이고, 동쪽 건물은 세자재실, 서쪽 건물은 어목욕청이다. 덥다. 이마와 목,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나그네도 왕처럼 어목욕청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부모님께 제례를 올리고 싶다.
재궁을 지나면 공신당이 있다. 길게 쭈욱 뻗어나간 기와가 멋들어진 공신당에는 조선 역대 왕들을 위해 큰 공을 세웠던 공신 83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하지만 공신 83명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문이 꼭꼭 닫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조선을 세울 때 피바람을 일으켰던 배극렴, 정도전, 이지란 등 개국공신과 정사공신, 좌명공신 따위가 아니겠는가.
공신당에서 정전 정문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칠사당이 아담한 모습으로 서 있다. 칠사당은 운명과 집, 음식, 거처, 성문의 출입, 형벌, 길을 주관하는 일곱 소신의 위패를 모시고 사계절에 걸쳐 나라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공신당과 칠사당 사이에 정전 정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