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체험학습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등록 2008.08.15 13:44수정 2008.08.15 13:4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울시내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8월의 마지막 주에 개학을 한다. 개학 일주일 전부터 아이들의 마음과 손길이 바빠진다.


지극히 모범생이 아니라면 학창시절 밀린 일기를 일주일 동안 다 쓰느라 고역을 앓은 경험도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우리 친구들과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은 그럭저럭 소설형식으로 내용을 꾸밀 수 있겠는데 날씨가 문제였다. 한참이나 지나버린 7월에 비가 왔는지 날씨가 맑았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즈음엔 학교에서 직접 체험하는 체험학습과 논술의 비중이 강화되면서 체험학습보고서를 쓰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숙제는 아이의 능력을 키우고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 숙제를 위한 숙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얼마 전 박물관 취재차 시내에 나갔을 때의 일이다. 커피숍에 앉아 내가 준비해 간 자료를 읽고 있을 때 초등학생인 듯한 아이들 3명과 엄마들이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한 엄마가 물었다.

“아니, 이거 어디서  구했어요? 난 안 주던데...”
“네 제가 집에서 조사해 온 자료입니다.”

그 엄마는 “아, 그러세요”하고는 다른 테이블로 가서 아이들과 음료를 마셨다. 그런데 테이블의 간격이 아주 가까워서 본의 아니게 그 분의 말소리가 다 들렸다.


“아우~ 진짜 학교에선 왜 이런 숙제를 줘서 피곤하게 하지? 나도 저런 자료 있으면 그대로 써 내면 되는데.”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쳐다보니 아이들이 엄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마음속으로 너무 안타까왔다. 보고서를 써내는 일은 까다로운 작업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에겐 아주 중요한 기록이다. 혼자 작은 메모지에 박물관에 와서 느낀 것 본 것을 써 가서 자신만의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아이에게 무척 인상 깊고도 도움이 되는 행위가 된다.


요즈음 대부분의 엄마들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즐거운 도움이 될까? 이번엔 어떤 체험이 좋을까?' 하고 찾아 다니지만 숙제를 위해 아이들과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왔다가 자세히 관찰도 하기 전에 쫓기듯 나가버리는 엄마들을 보면 무척 아쉬운 마음이 든다. 심하게는 아이를 이렇게 독촉하며 다니는 엄마들도 있다.

“여기 어디야?  다시 말해봐 ”
“이게 뭐라구 ? 어서 외워”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단번에 눈도장 찍듯 스쳐 지나 버리는 광고스크린이 아니다. 전체를 둘러보고 좋은 작품, 인상적인 물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관찰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진정한 체험학습이 아닐까?
#체험학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5. 5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