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명사십리 해수욕장의 해변에서 딸들이 놀고 있다.
이성한
바닷가 백사장 바로 옆에 우리 가족이 하룻밤을 편안히 쉬고 갈 ‘몽골텐트’ 하나를 빌렸다. 간단히 짐을 풀고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께 물어물어 횟집 한 군데를 골라 도착하니 ‘중앙 횟집’이란다. 모래밭의 파라솔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활어 도미 한 마리를 재물로 해변의 저녁 파도소리를 무드음악 삼아 허공에 틀어놓고 우아하게 저녁 만찬을 나누었다.
육질이 부드러운 살코기 한 점을 큼지막한 깻잎과 상추에 싸서 입안에 넣어 씹으며 소주 한 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으니 오늘 하루 동안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강행군의 피로가 멀찌감치 도망가 버린다. 아~ 행복하다. 많이 행복하다.
우리 네 식구는 오붓하고 행복하게 서로의 몸을 따뜻한 이불처럼 삼아 다리도 얹고, 팔 베게도 해주었다. 우리는 밤새 바닷가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하룻밤 영양분을 넉넉히 보충했다. 촌뜨기처럼 순수한 신지도 명사십리의 맑은 하룻밤이 십전대보탕처럼 몸과 마음을 든든한 기운으로 채워주었던 모양이다.
간밤에는 젊고 싱싱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한여름 밤의 바다를 즐기려는 청춘들의 폭죽소리와 노랫소리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런 것들이 깊은 잠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것마저도 여름날 한 조각의 추억이려니 생각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코펠에 밥을 했다. 우리 네 식구는 속 풀이용 라면을 얼큰하게 끓여 그럭저럭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흐릿한 어제 저녁에 도착해서 바라본 남해의 바다와, 발목과 무릅을 적셔 반겨주었던 물결과 파도가 오늘 아침 그 느낌이 더 친근했다.
아침나절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햇살이 맑디맑은 명사십리를 거닐었다. 파도가 거칠지 않게 착한 물결로 발가락과 발목, 무릅과 허벅지를 마치 싱싱한 산낙지처럼 차례대로 감싸 적셔준다. 아내와 아이들은 즐거움에, 순간의 놀라움에 괴성을 지르며 호~호~거렸다.
저~ 멀리 이름모를 섬들이 보인다. 내가 지금 서있는 모래밭의 한 점을 기준으로 좌에서 우로 커다란 부챗살처럼 바다가 있고, 그 바다 곳곳에 크고 작은 섬들이 각자의 자리를 잡고 그림처럼 앉아 있다. 조개껍질을 주워서 모래밭에 우리 네 식구 각자의 얼굴모습을 그려보고 장식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각자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바라보며 깔깔거리고, ‘큭큭’거리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면들을 가슴 속에 영상으로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