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안시리즈 제3부 <촌놈들의 제국주의>(개마고원)는 내부모순이 극심해져가는 한국과 일본, 중국이 자원전쟁 등을 거쳐 전면전으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개마고원
세대 간 착취 구조라는 문제로 10대와 20대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많은 사람들에게 환기시켜준 <88만원 세대>(레디앙 펴냄)를 시작으로 4부작으로 기획된 <경제대안시리즈>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2권부터는 개마고원 출판사에서 출간해 저자 개인적으로는 시리즈가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좋은 인재를 바보 만드는 한국의 조직구조의 문제점을 다룬 제2부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개마고원)는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사례분석을 통해 과감한 비판을 시도하고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제3부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한중일 3국(북한을 포함하면 4국)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 깊은 증오심과 한정된 자원을 다투는 자원 전쟁 등이 팽창한다면 전쟁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전쟁없는 평화상태를 위한 경제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특히 30년 후에 정책결정을 주도하게 될 현재의 10대들이 평화경제학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로 쉽고 간결하게 서술하려 한 점이 특징이다.
<괴물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붙을 것으로 보이는 제4권은 저자의 손을 떠난 상황이며 8월 말께에 독자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다.
<리더스가이드> 리뷰어 22명은 전쟁없는 평화 상태를 차분히 제안하는 점에 주목하면서 경제영토, 내부식민지라는 논리로 새로운 제국주의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목격했으며 때로는 그러한 제국주의 논리에 무의식적으로 동조하였다는 점을 고백했다.
하지만 전쟁 시나리오에 대한 논리적 비약 문제, 평화경제에 대한 선언적 제안, 약자의 현실을 세심하게 바라보면서도 계급적인 관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점 등을 비판했다.
리뷰어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는 '▲ 촌스러운 제국주의 열망, ▲ 전쟁과 평화의 경제학, ▲ 10대들에게 희망을'로 나눌 수 있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리뷰를 분석했다.
촌스러운 제국주의 열망
'촌놈들의 제국주의'가 무슨 뜻일까? 리뷰어 'treasure'는 "뭣도 모르는 놈들이 남들 다 하니까 한답시고 설치는 짓"이라고 멋들어지게 제목을 정의했다. 제국주의 하면 대체로 유럽이나 일본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형식적 지배관계가 아닐 뿐 제국주의의 잔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독자들의 반응이다. "영연방(英聯邦)이나 프랑코폰(francophone)이 대표적 예"(리뷰어 'littlechri')이다.
옛 제국주의 국가들은 옛 식민지 국가에 대해 언어와 국가 체제까지 철저히 연구하고 있고 이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이 대표적인 제국주의 학문으로 손꼽힌다.
제국주의의 기억은 계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각인된다. 우파는 '언젠가 다시 저 나라를 침략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고, 좌파는 경제 원조나 인권개선의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옛 식민지 국가들을 대한다. 사정이 이 정도 되면 식민지 국가의 독립행렬이 그랬던 것처럼, 식민지 재건설도 하나의 유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제국주의의 발판으로 어디를 보고 있을까? 우석훈은 '북한'을 주목한다. 동북공정이 북한 일대, 즉 옛 고구려 땅을 모두 자국 영토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야욕이라고 선전하는가 하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이끌었던 일련의 논리들은 사실 내부식민지라는 야심을 숨겼다는 것이다.
리뷰어 '봄햇살'은 "북한의 가치에 관한 일련의 논조들에 익숙해 있을 뿐 아니라 거기에 동조하기까지 했던 자신을 발견했다"고 썼다. 그러니까 자신도 모르게 제국주의로 가는 것에 찬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FTA를 추진하며 내세웠던 '경제영토' 역시 제국주의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정세에 대한 글로벌한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혹은 제3세계에 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을까? 오리지널 제국주의 국가들이 넓은 보폭을 가지고 차분히 계획들을 실행하는 데 비해 대한민국은 '단타' 위주로 짝퉁 제국주의 흉내를 내는둥 하니까 우석훈으로부터 '촌놈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듣게 된 것은 아닐까.
전쟁과 평화의 경제학평화의 가격은 얼마인가? 투자가치는 있는가? 누가 평화에 투자할 것인가? '평화경제학'이 고민하는 과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장이 펼쳐지고 있다. 전쟁을 자꾸 하는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석훈은 "자신의 영토를 전쟁터로만 만들지 않는다면 전쟁은 매력적인 비즈니스라고 받아들여진다"는 요지의 글을 남겼다. 군대마저도 민영화가 되는 시대가 되지 않았던가. 이라크에서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를 맡은 '블랙워터'라는 용병들은 이라크 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해서 법정에 오르는 등 구설수를 남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경제와 평화경제의 대결 양상에서 항상 승리를 거둔 것은 전쟁경제였는데, 평화경제의 '효과'가 증명된다면 평화경제학에 대한 관심도 고조될 것 같다. 최근에는 많이 구멍이 났지만, 핵문제 해결이나 남북긴장 완화가 되면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실제 투자도 증가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리뷰어 '노란가방'은 우석훈의 평화경제학과 관련해서 "평화라는 공공재가 산업적 여력을 갖게 되는 일이 장기적으로 전쟁에 대한 거의 유일한 안전판처럼 보인다"고 썼다.
우석훈이 고안한 개념은 '욕망'과 '평화'를 연이은 부분이다.
"평화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잘 잊지 않는다"(261쪽)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는 전쟁의 참화를 반성하며 평화를 위한 인프라를 건설했지만, 한정된 자원 문제와 각종 정치적인 문제,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불안전한 평화의 연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모니터 안에서 대부분의 전쟁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면, 그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실상이 와닿을 리 없다.
제주도민이기도 한 리뷰어 'NO-buta'는 현재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평화경제학과 연관시켜 "군수산업에 대한 이야기와 MD 방어선 구축이 제주의 해군기지 건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한반도의 비핵화와는 정반대로 핵미사일을 제주에 설치하고 전초기지로 삼아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미국의 의도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어 평화를 위한 경제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썼다. 다만 이 책은 지금이 아니라 30년 후가 전쟁과 평화의 대결이 절정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당연히 이야기의 흐름은 미래의 정책결정자인 10대에게로 향해 있다.
'10대들에게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