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체장애인이 저상버스차량에 오르지 못한 채 밖에서 저상버스차량에 오르는 비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
이준혁
위 사진은 514-1번 저상버스가 주안역 환승정류장 중앙 승강장에 정차했을 때 모습이다. 514-1번은 주안역이 회차점으로 주안역에서 모든 승객이 내리고, 내린 승객 만큼의 새로운 승객이 버스에 오른다. 이날 당시 20여명의 승객이 탔고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은 차량에 승객 3명만 더 태우면 되는 상황에 사진 속 위치에 도착하게 된다.
버스기사는 사진 속 위치에서 뒷문(중문)을 열지 않았고, 지체장애인은 기사를 향하여 왜 문을 열지 않느냐고 항의를 했다. 버스기사는 모든 일반 승객이 승차한 뒤 앞문을 통해 나와 지체장애인을 향해 말했다.
"여기서는 도저히 휠체어를 태울 수 없어요. 옆 정류장에 갖다 댈테니 기다리세요."그 지체장애인은 "왜 내가 저기까지 가서 타야 하냐"며 마구 화를 냈지만 사실 기사의 말에 틀린 것은 없다. 서두에서 밝힌 저상버스 차량이 휠체어를 태우는 과정이 저 위치에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차체를 기울인다 하더라도, 슬로프를 차도 높이까지 갖다 댄 후 휠체어가 오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승차법이다.
'차량을 앞으로 대고 휠체어도 앞으로 오면 되지 않냐'라고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승강장의 폭이 너무 좁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가로등이 있어 휠체어가 앞으로 많이 나갈 수 없고 가로등이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휠체어의 길이와 승강장의 폭이 비슷해 휠체어가 승강장에 올라 차내로 좌회전하기는 어렵다.
결국 514-1번의 기사는 전진과 후진을 수차례 반복한 끝에 우측 승강장으로 진입했다. 승강장이 끝나는 지점은 보도블록과 택시 승강장으로 인해 무조건 우회전해야 하는 구조로, 승강장 끝부분에서 직진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 없어 어쩔 수 없이 여러 차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주안역 환승정류장, 4~5분간 정체 시달리다주안역 환승정류장의 경우 통상 왼쪽 승강장은 비워 놓는다. 노선버스가 아닌 버스 및 잘못 들어온 승용차 등이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사용하는 승강장은 511번 승강장을 제외하면 중앙과 우측 두 곳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중앙 승강장과 우측 승강장을 동시에 가로막은 채 있는 514-1번으로 인해, 주안역 환승정류장은 위 사진 모습에서와 같이, 무려 4~5분에 걸친 오랜 시간동안 극심한 정체에 시달렸다.
상당수 시민들은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을 직접적으로 꼬집어 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시의 상당수 타 노선 이용객들은 '왜 저 회사는 저런 차를 들여 도로를 이 지경으로 만드느냐'의 가벼운 불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