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이는 촛불집회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19일 이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뼈저린 반성"을 언급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던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이 대통령의 '사과'는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진정성 없는 '쇼'에 불과했음을 입증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촛불시위대 규모가 줄어드는 등 '쇠고기 파동'이 거의 사그라들었다고 판단한 자만심의 발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의 '쇠고기 돌출 발언'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으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바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미국산 쇠고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게 사면 되지 않느냐"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게 됐다"며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쏟아냈고,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가 확산되면서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서는 '광우병 괴담' 운운하며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청와대 "대통령 말실수 빼달라"...풀 기사 일방적으로 삭제그래서였을까?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한 청와대는 당시 행사를 취재한 풀 기자에게 이 대통령의 '쇠고기 파동' 관련 발언에 대한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종용했다. 그러나 풀 기자는 청와대의 비보도 요청을 거부하고, 이 대통령의 발언 전체를 청와대 측에 넘겼다.
통상 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전달받은 청와대는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e-춘추관'(출입기자들을 위한 보도자료 등이 제공되는 웹 공간)에 올려서 전체 기자들이 공유토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경 'e-춘추관'에 올라온 행사 자료에는 이 대통령의 '쇠고기 파동' 관련 발언이 사라졌다. 풀기자가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청와대 측이 임의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삭제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이 강하게 항의했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은 일부 기자들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면서 'e-춘추관'에 올라온 자료에 상관없이 '쇠고기 파동' 관련 발언을 보도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청와대측은 4시간이 지난 저녁 8시경 'e-춘추관'에 이 대통령의 발언이 추가된 '수정본'을 올렸다. 그러나 4시간 만에 이 대통령의 발언이 추가·수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행사를 취재했던 한 풀 기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해외 동포에게 안심하라고 하면서 말실수를 한 것이니 빼달라'고 요구했다"며 "풀기자는 전체 기자들을 대표해서 간 것인데, 청와대가 마음대로 빼라 마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청와대의 한 출입기자도 "그동안 청와대 측이 풀기자를 상대로 (이 대통령의 발언 등에 대해) 수정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자기들이 멋대로 기사를 빼라고 한다면 앞으로 풀 기자가 뭐하러 취재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곽경수 춘추관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풀기자는 기자단을 대표해서 취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기사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어제(12일) 일은 청와대가 잘못했다"고 인정했다.
기자들 "삭제 요구 비일비재"... 청와대 "어제 일은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