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욕보인 6적 당장 이사직 사퇴하라"

[KBS 한 사원의 격문] "이명박, 당신이 진짜 범인이다"

등록 2008.08.13 09:59수정 2008.08.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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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가 오늘 오후 4시에 열린다. 감사원의 정연주 사장 해임 요구, 6명 이사들의 제청, 이명박 대통령 해임 결정, 정 전 사장 체포 등 사건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뒤 열리는 오늘 이사회에 대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이사회 저지에 나서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사회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사원행동' 에 참여하고 있는 KBS 한 사원의 글을 받아 이를 그대로 옮긴다.
<편집자주>

오늘 KBS 이사회가 다시 열린다. 지난 8일의 폭거에 이어 공영방송을 접수하려는 저들의 음모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우려했던 그대로, 최악의 예상 시나리오대로, 방송장악 기도가 실행되는 것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과 착잡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오래된 의문을 다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KBS 이사회가 왜 필요한가. KBS 사장은 KBS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하나 유재천 이하 어떤 인물이 감히 능동적으로 KBS 사장을 제청할 수 있을 것인가.

 

청와대 눈치 보느라 사시가 된 이들, 양심은 말할 것도 없고 영혼조차 없는 사이비 공영론자와 땅 투기꾼으로 대표되는 이 자들을 우리는 결코 공영방송 KBS의 이사들로 인정할 수 없다. 또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는 우리들에게 자행한 폭력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이들은 스스로의 행위와 말을 통해서 자신들이 공영방송의 적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따라서, 우리가 이사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내리는 그 어떤 결정도 원천무효임을 밝힌다. 이명박이라는 인간이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대한 조롱이라면, 유재천이라는 인간은 공영방송 이사장의 자리에 대한 모욕이며, 수하 이사들의 더러운 면모들은 공공의 가치를 지켜 내고자하는 KBS인들에 대한 범죄이다.

 

지난 8일 우리 KBS 사람들의 자부심과 긍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90년 4월 노태우 정권이 자행했던 공권력 투입 이후 19년 만에 공영방송의 심장부는 유린당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이 치욕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KBS와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조금도 식지 않는다.

 

지난 19년 동안 잊고 지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KBS가 얼마나 대단하고 귀한 조직인지를 잠시 망각하고 살았다. 공기처럼, 내 몸의 피부처럼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하지 않았던 KBS의 존재를 썩은 권력의 몰염치하고 무자비한 재 침탈 행위로 인해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런 점에서라면 저들에게 감사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저들은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과 그 주구 유재천 일당들에게 결코 사랑하는 KBS를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저들이 탐내면 탐낼수록 우리는 뺏기지 않을 것이다.

 

KBS를 욕보인 6적은 당장 KBS 이사직에서 사퇴하라. 당신들은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공영방송의 이사들로서 자신들이 수호해야 할 대상을 공격한 범법행위와 이로써 드러난 도덕적 파탄이 그 한 이유가 될 것이며, 이사회가 아무 결정권도 없는, 권력 최상층부의 지시에 맹종하는 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면, 그래서 이사회로서 해야 할 어떤 기능도 할 수 없다면 어차피 있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직접 나서라. 정연주 사장이 나가면서 했던 한마디를 떠올려 본다. 해임할 거면 진작에 하지 뭣 하러 복잡하게 감사원, 검찰, 이사회까지 동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꼼수 부리지 말고 직접 손에 피를 묻힐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바로 당신이 진짜 범인이니까.

 

이명박 정부는 법과 질서 운운하면서 법과 질서를 짓밟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당신들이 말하는 법과 질서는 무엇인가. 비판하고 견제하는 자 아무도 없는 죽은 자들의 법, 비석만 가지런히 정렬된 무덤의 질서를 원하는가.

 

이 땅의 바른 언론과 시민들이 목숨 바쳐 일궈낸 진보와 민주주의,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고 20년 전, 30년 전의 암흑기로 되돌리려는 자들. 현 정권과 그 배후의 극우, 매국세력들에게 단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그러기엔 자유에 최적화된 우리의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이에 우리는 2008년 8월 8일을 방송 독립 투쟁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는다.

2008.08.13 09:59ⓒ 2008 OhmyNews
#KBS #정연주 #유재천 #이사회 #사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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