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례산 정상하얀구름이 피어나는 하늘과 대비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전용호
북적거림이 사라진 여름산은 고독을 즐긴다산길 내내 아래 공장의 기계음은 쉴 줄 모른다. 정상이 다가올수록 온몸은 탈진이 되어 발걸음이 무척 무겁다. 최대한 체력소비를 줄이면서 서서히 정상으로 올라선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50분이 지났다. 민둥산 정상에는 안테나가 이정표처럼 서있다. 표지석은 옛 이름이 좋은지 영취산이라는 이름표를 아직도 달고 있다.
그늘이 없는 바위에 앉아 점심으로 과자를 먹었다. 북쪽으로 뭉게구름이 한없이 피어올라 하늘이 하얗게 반짝거린다.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시원함을 느낀다. 봄에는 서있을 자리도 없었던 진달래 꽃길에 지금은 나 홀로 앉아 있다.
혼자 차지한 산 정상.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려본다. 하얀 구름도 그리고, 산도 그리고, 바다도 그려본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만 알아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내 마음대로 그린 그림. 그래도 내 눈에는 구름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인다. 망초는 키 자랑을 하듯 무리지어 서있다. 표범나비가 짝을 지으며 하늘거리다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