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보는 ‘십자들녘’, 금강 담수호를 끼고 있는 십자들녘은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지만 까마득하게 보이는 지평선과 고즈넉한 농촌풍경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조종안
이튿날 아침에는 밥을 먹기 무섭게 교차로를 펴놓고 마땅한 게 없나 훑어봤습니다. 마침 아내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는지 전화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몇 번을 해도 끊기니까 포기를 하는 눈치였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주소를 보았더니, 금강 철새도래지 관망대 넘어 ‘십자들녘’ 부근(나포면)이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농사짓던 마을이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10분쯤 지나서 제가 전화를 했더니 용케도 연결이 되더라고요. 전형적인 군산 말씨의 남자 목소리였는데 시원시원한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제가 있는 동네로 와서 집을 둘러보러 가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지요.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듯 예감이 좋았습니다.
옆에 있던 형수님도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갔지요. 예상대로 주인은 친절했고 집을 둘러본 형수님과 아내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전셋집이긴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한 농촌 마을이라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습니다.
집주인을 만나 집을 둘러보고 계약서를 쓰기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요. 옆에서 지켜보던 형수님이 “그럼, 19일이 ‘손 없는 날’이니까 그날 이사하면 되겠네요”라고 해서 이삿날까지 잡고 돌아왔습니다.
형님과도 가까운 집주인집에 도착하니까, 형님이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더니 잘 됐다며 기뻐하셨습니다. 아내가 계약서를 내밀자 형님은 자세히 훑어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라고요. 부동산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전화로 알았지요. 그런데 대화 내용이 그게 아니었습니다.
“고 사장? 나야 나.”“아, 예 안녕하세요.”“누가 그러는데, 나포에 있는 집 내놨다며?”“아, 예 그거 오늘 나갔는데 어쩌지요.”“아니, 나갔어도 상관없어요. 동생이 계약하고 와서 얘기를 하기에 묻는 거니까···. 그러고 언제 시간 나면 소주 한 잔 합시다.”대화를 엿들으며 세상이 좁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집주인과도 예사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 끊는 형님을 바라보는 순간 또 다른 행복감을 맛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먹어본 ‘쏘가리 매운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