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늘씬하고 탐스러운 첫 물 고추
이연옥
"첫 새벽에 고추를 따 나? 올 고추농사가 잘 되었구먼."
"네, 저희는 조금 심었지만 당숙모님네는 많이 따셨죠?"
"많이는 뭘. 탄저병이 심해서 올해는 시원치 않아. 그런데 자네네는 탄저병이 없나봐."
"없긴요. 나무마다 몇 개씩 있어서 따 버리기도 하고 나무 전체가 병든 나무도 있어서 아주 뽑아버리기도 해요."
"올해는 여름내 비가 오락가락해서 그래. 장마가 좀 길었어야지."
당숙모님은 혀를 쯧쯧 차시며
"얼마 안 남았으니 어서 따고, 배고픈데 아침 먹으러 들어가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