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석역 철길 둘레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가 볼 일이 없을, 간석역 철길 둘레 동네. 이곳은 발길이 뜸하다 보니, 고즈넉하면서 살가운 온갖 모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최종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냅니다. 울타리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나즈막한 옛날 아파트 앞마당에 가지런히 피고 자라는 옥수수며 푸성귀며 꽃이며 들여다봅니다.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동네가 들썩들썩하지만, 전철이 지나가지 않는 동안은 고요합니다. 예부터 인천이라는 곳은, 모든 물건을 서울로 올려보내는 공장도시였으며 물자수송 나들목이었습니다. 지금도 인천은 ‘공장터’가 ‘사람 사는 터’ 못지않게 넓습니다. 어쩌면 공장터가 더 넓은지 모릅니다.
공장은 틀림없이 이곳 인천에 어렵게 뿌리를 내리려는 가난한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줍니다. 똥물을 먹었던 동일방직 노동자들한테도 일자리를 주었고, 일본에서는 공해산업이라고 해서 한국에 내다 판 유리공장도 서민들한테 일자리가 되었습니다. 동화와 동시를 쓰는 어린이문학가도 밥벌이를 하자면 대한제분에 나가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헌책방 아주머니도 한때는 대성목재에 몸담기도 했습니다. 또르르 선율이 아름다운 영창피아노도 인천에서 만들고, 우리 밥상을 푸짐하게 해 준다는 제일제당(CJ) 공장도 인천에 또아리를 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공장들, 대우자동차니 두산중공업이니 하는 공장이 인천에만 있겠습니까. 포항에는 포항제철이, 인천에는 인천제철이, 또 현대제철이 있습니다만, 현대자동차와 삼성자동차는 이 나라 구석구석에 공장을 지어 돌립니다.
한편으로는 일자리이지만, 이 일자리를 얻는 사람들은,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과 폐수를 고스란히 받아먹습니다. 기계가 돌아가며 나오는 먼지와 쇳가루를 옴팡 뒤집어쓴 다음,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삼겹살과 소주로 몸을 씻습니다.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안공단을 가로질러 보았는데, 그냥 공장 사잇길을 자전거로 달릴 뿐이었으나, 코가 뚫리는 듯했고 마시는 숨마다 목에 걸려서 재채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문득, 공장에 나가 돈 몇 푼을 번다고 해도, 이 돈은 고스란히 병원에 가서 몸에 깃든 병을 털어내는 데에 바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그러면서 늘 나쁜 공기와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셔야 하니, 얄궂은 삶터가 비록 집삯은 낮다고 해도, 조금도 적은 값으로 방을 얻어서 살아가는 셈은 아니겠구나 싶은 생각이 물씬물씬 들었습니다. 노동자는 일을 하지만,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병원으로 나가거나 집임자한테 나가고, 그러면서 공장과 병원과 집부자는 언제나 끝없이 돈을 벌고, 노동자는 가난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살기 나쁜 터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이 노동자들 아이들도 부모와 마찬가지인 굴레에서 헤어나기 어렵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