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고요한 쉼의 시간
.. 소한과 대한의 달 1월도 즐거운 마음으로 누릴 수 있었고, 고요한 쉼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었다 ..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샨티, 2004) 39쪽
글을 많이 쓰는 분들은 좀더 남다르게 자기 글맛을 살리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쉬다’를 ‘쉼’으로 ‘놀다’를 ‘놂’으로 ‘보다’를 ‘봄’로 적으면서 뒤에 토씨 ‘-의’를 붙이기도 해요.
┌ 고요한 쉼의 시간
│
│→ 고요히 쉬는 시간
│→ 고요히 쉬는 때
└ …
때와 곳에 따라 ‘쉼-놂-봄’을 쓰는 일은 좋습니다. 그러나 “쉼의 시간”처럼 쓰는 일은 알맞지 않아요. 이렇게 말을 머리로만 생각해서 쓰면, 글쓰는 사람으로서는 무언가 남다르다고 느낄는지 모르나, 우리 말은 비틀리고 뒤틀리다가 제 모습을 잃어버립니다. “쉬는 시간”이라 하면 될 말을 “쉼의 시간”이라고 쓸 까닭이 있을까요. “노는 시간”이라 하면 될 말을 “놂의 시간”이라고 쓸 까닭은요. “보는 철학”을 “볾의 철학”이라 한다고 깊은 생각이 담기는지요. 시쓰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대목은 시에 담는 줄거리와 생각과 느낌입니다. 말재주가 아닙니다. 줄글로 쓰는 글에서도 말재주는 되도록 안 부려야 좋습니다.
ㄴ. 성공 여부의 열쇠
.. 그림책의 성공 여부의 열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어린이와 그림책>(마쯔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샘터,1990) 168쪽
“그러함과 그러하지 않음”을 뜻한다는 말 ‘여부(與否)’입니다. ‘성공 여부’는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뜻해요.
┌ 그림책의 성공 여부의 열쇠도
│
│(1)→ 그림책이 성공하느냐 마느냐 하는 열쇠도
│(1)→ 그림책이 성공하는 열쇠도
│(2)→ 그림책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도
│(3)→ 잘된 그림책이 되느냐 하는 열쇠도
└ …
이 대목은 “그림책의 성공 여부”쯤으로는 끊어 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무엇)의 성공 여부”도 일본책에 나오는 말투이니, “(무엇)이 성공하는 여부”로 다듬어야 알맞아요. 이렇게 다듬고 난 다음, ‘여부’라는 말을 좀더 알기 쉽도록 다시 한 번 풀어내 줍니다.
(3)처럼 글월을 새로 쓸 수 있습니다. 뜻을 살리면서, 나타내려는 뜻을 좀더 알기 쉽고 부드러운 말씨로 담아낸다면 더욱 좋아요.
ㄷ. 금강이의 아빠
.. 어느 날 저녁 신문을 읽던 금강이의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 <시냇물 저쪽>(엘즈비에타/홍성혜 옮김, 마루벌,1995) 6쪽
어른을 부를 때, 아이 이름을 앞에 달고서 부르곤 합니다. “철수 어머니”, “순심이 아버지”처럼. “철수의 어머니”나 “순심이의 아버지”처럼은 부르지 않습니다.
┌ 금강이의 아빠 (x)
│
├ 금강이 아빠 (o)
└ 금강이네 아빠 (o)
그렇지만, 글을 쓰는 분들은 “똘이 어머니”나 “눈이 아버지”처럼 적지 않고 “똘이의 어머니”나 “눈이의 아버지”처럼 적곤 합니다. 아이 이름 뒤에 무엇인가 붙이고 싶다면 “똘이네 어머니”나 “눈이네 아버지”처럼 적으면 될 텐데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06 20:0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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