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선인장이 아찔아찔 살아가는 제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이종찬
이 세상을 향해 콕콕 찌르는 삶의 무기저는 그동안 글만 쓰더라도 가족들 식의주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저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글을 열심히 쓰더라도 글은 결코 돈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글을 써서 잡지에 싣고, 책을 펴내도, 쥐꼬리만한 원고료나 책 인세는 결코 밥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펴낸 책 여러 권도 베스트셀러가 된 때가 없었습니다. 꼭 한 번만이라도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글이 밥이 될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그 작가가 펴내는 책은 내용이 예전의 책보다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잘 팔리게 됩니다. 수많은 독자들이 그 작가에게 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그렇게.
하지만 저의 책은 베스트셀러 30위 안에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노동의 불꽃으로>라는 제 첫 시집은 그나마 조금 팔리는 듯했습니다. 그때 저는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온 세상이 모두 내 것처럼 같았습니다. 그것도 잠시, 그렇게 한두 달이 지나가자 제 시집은 더 이상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 뒤 낸 3권의 시집도 초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글만 쓰면서 먹고 산다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한동안 시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무엇을 할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제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재주라곤 글을 쓰는 일뿐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지방에 있는 한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기사를 쓰면서 틈틈이 장편소설도 썼습니다.
장편소설은 그나마 시집보다는 잘 팔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써서 출판한 장편소설도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독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어디 한판 끝까지 붙어보자, 는 오기도 생겼습니다. 저 선인장이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잎사귀를 뾰쪽한 가시로 말았듯이 저도 그렇게 글과 씨름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인장은 무슨 한이 그리도 많아 온 몸에 저리도 많은 가시를 달고 있을까요. 저 뾰쪽한 가시는 이 세상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아니면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친 잎사귀들이 얻은 고통, 그 끝자락일까요. 그도 아니면 자신을 자꾸만 옭죄는 이 세상을 향해 콕콕 찌르는 삶의 무기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07년 2월 유포터에 발표한 것을 여기저기 손질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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