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과서 특별전 초대장
자료
너무 흔해서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국어교과서, 그래서 이제는 희귀하게 된 국어교과서를 한자리에 모아 꿈과 추억을 선사하는 자리를 마련한 사람이 있다. 건축가이자 시인이며 안양시검도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국어교과서 수집 외길 20년을 걸어온 김운기씨를 만나봤다.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나만이라도 해야 했다건축회사를 운영하는 김운기 대표에겐 '국어교과서 수집가'라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닌다. 사람들은 그를 만나면 왜 국어교과서를 수집하게 되었는지 묻곤 한다. 무슨 돈이 되는 골동품이나 미술품도 아니고 하필이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국어교과서'냐는 것이다.
20여년 오로지 국어교과서만을 찾아다닌 김운기 대표의 집을 방문해 보면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우리가 알아 왔던 몇 권 안 되는 국어교과서가 이토록 방대하다는 데 한 번 놀라고 그 많은 자료(1500여점)를 개인이 혼자서 발굴하고 수집했다는 것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고 우연히 헌책방에 들렀는데, 오래된 국어 교과서들의 무게를 달아 폐지로 파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모으기 시작해 재미가 생겨서 빠짐없이 챙기게 됐지요. 사실 학교 졸업하고 나면 교과서를 누가 쳐다보기나 합니까." 시인인 김운기 대표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금도 헌책방을 순례하는 게 취미인 그는 1987년께 삼선교에 있는 고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교과서들을 무게로 달아 고물상에 넘기는 장면을 목격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국어교과서 몇 권을 샀다.
그때 사온 책에서 같은 학년 책이라도 연도가 다르면 삽화나 문장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연도별로 내용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한두 권씩 사 모으다가 몇 년 후부터는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국어교과서를 수집하는 길로 들어섰다.
10년 만에 찾아낸 '바둑이와 철수' 이젠 몇권 안돼대다수 사람들은 국어교과서는 교육부(現 교육과학기술부)나 국립도서관 같은 관련 기관에서 당연히 보관해 놓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국어교과서는 너무 흔해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사라지는 줄도 모르게 사라져 이제는 희귀한 책이 되었고, 그동안 정부는 물론 교과서를 만든 회사에조차 전혀 보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국어교과서가 분명 흔한 책은 아닌 것이다.
특히 이번 기획전 주인공 격으로 불과 60년전 대한민국 건국 당시 문교부에서 처음 펴낸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는 현재 국내에 서너권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운기 대표도 수집을 시작한지 10여 년 만에 만난 것이라고 하니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