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집회가 뭔지 보여주세요

[주장] 현직 경찰관의 소망 "부시 방한 반미시위 폭력시위는 그만"

등록 2008.08.04 16:47수정 2008.08.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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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곡히 부탁합니다. 평화적인 집회를 말입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내일 방한합니다. 그에 맞춰 또다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5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부시 방한 반대'라는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느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질긴 놈이 이깁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정권의 타도와 함께 두 손 들 때까지 힘을 냅시다"(ID 아름다운 ○○)라며, 집회 참여를 유도하는 글에 많은 네티즌들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댓글을 게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오늘 저녁부터 모입시다. 끝장을 냅시다. 무엇을 망설입니까? 어떤 방법으로든 끝장을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청와대로 갑시다"라는 글을 게재해 폭력적인 시위를 선동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시위는 절대 안 됩니다.

 

경찰은 인권 최우선 집회 관리 원칙을 지킬 것입니다. 평화적인 집회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으로 최대한 보호되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불법 폭력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는 것 또한 경찰의 임무입니다. 우리 사회는 안정된 사회질서의 확보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평화를 위장한 불법집회가 아닌 준법집회를 해야 합니다. 폭력시위가 아니다해서 모두 평화적인 집회가 될 수는 없습니다. 비록 평화적이더라도 가끔은 불법이 되기도 합니다. 법에 따른 준법집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준법시위는 집회신고서에 따른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빙자해 도로행진을 하는 것도 없어야 합니다. 종교 또는 문화행사를 내세워 차도를 점거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다수 시민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폴리스 라인(경찰 저지선)을 지켜 주세요. 폴리스라인만 제대로 지켜져도 불법 폭력시위는 우리사회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폴리스라인은 지난 99년부터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찰이 실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국민들의 큰 기대와 관심 속에 평화적인 행진과 해산을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나 폭력집회가 많아지면서 그나마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도입 초기로 돌아가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신뢰와 믿음’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될 때 평화 시위 문화 정착도 가능할 것입니다.

 

경찰 장비를 파손하지 말아 주세요. 최근 경찰은 촛불집회로 인해 경찰버스 121대가 파손되고 무전기나 방패 등 경찰장비가 손괴되거나 탈취 당한 경우도 700여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피해액만 해도 무려 11억 2천여만 원이나 됩니다. 경찰 장비는 국민모두가 내는 세금으로 마련된 귀중한 국가 재산입니다. 그런데 극히 일부 시위참가자들의 폭행과 손괴 등으로 국가 재산이 심각하게 낭비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소중한 재산을 잘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도와주세요.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지난 7월 26일 밤 촛불집회 현장에서 경비 근무 중이던 의경 2명을 과격한 폭력시위대가 시위 군중 속으로 끌고 가 옷을 벗기고 폭행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뿐입니까.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는가하면 삽을 들어 구석에 몰린 전경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결국 지난 두 달 동안 경찰은 486명이나 부상당했습니다. 이중에는 중상자가 무려 95명이나 됩니다. 이처럼 경찰에 폭력을 행사해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경찰관인 저도 이 나라의 한 국민이며 시민입니다. 어느 때건 길을 가다 위험에 빠진 시민이 있다면 뒤로 물러서지 않고 위험이 뒤따른다 하더라고 선량한 시민을 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런 제가 잘못입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경찰관들은 그런 각오로 오늘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찰관들에게 유독 시위 현장에서만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차라리 경찰이 본연의 일을 잘못해 죄 없는 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긴다면 그 경찰관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입니다. 그리고 시위대에서 말하듯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러기에 적법하고 집회 시위는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불법 행위와 무질서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예정된 모든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세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시위문화 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동참해 주세요. 이는 경찰만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열망이니까요.

덧붙이는 글 |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2008.08.04 16:4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미디어 다음에도 송고했습니다
#경찰 #촛불시위 #평화 #폴리스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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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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