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남매가 워낙 부산을 떠는 바람에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두 남매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명장면인 듯해서 그대로 올린다. 오늘은 일요일,오래간만에 시골흙집에서 손자들과 함께 웃는 할머니도 눈에 띈다.
송상호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많이도 닮았다. 붕어빵이 따로 없다. 어디 모르는데 가도 남매가 아니라고 속이지도 못할 거 같다. 하지만 둘의 캐릭터는 딴판이다.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오빠 박태수(안성 개산 초등학교 3년)는 장난꾸러기다. 소문난 개구쟁이라는 이야기다. 심하게(?) 활달한 아이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지나칠 정도로 잘 지낸다. 학교 선생님들도 태수에게는 후한 점수를 준다. 명랑한 아이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수는 학급에서 성적도 항상 상위권이다. 1등도 간혹 한다니 말 다했다. 장래에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의사, 경찰관, 판사 등이다. 꿈도 수시로 바뀐다. 자신감 빼면 시체인 아이가 태수다.
반면 동생 보영(초 1년)이는 전혀 딴판이다. 나이는 오빠보다 두 살 아래지만 차분하다. 오빠보다 어떤 때는 더 철든 행동도 한다. 집안일도 오빠보다 곧잘 하곤 한다. 정리정돈도 잘하는 편이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조금 생각했다가는 "네. 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러나 비밀이에요. 호호호호"라는 보영이의 대답이 마치 다 큰 여고생의 대답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남매와 함께 사시는 친할머니(67세)가 내리시는 남매에 대한 판결은 이렇다.
"태수는 만날 까불랑 까불랑 거려유. 뭐가 그리 좋은지. 그라고 뭐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가 봐유. 수시로 꿈도 바뀌고 그러는 구먼유. 근디 보영이는 집안도 잘 치우는 편이고, 비밀도 많은 거 같어유. 어떤 때는 보영이가 누나 같다니께유. 호호호호" 이런 상황을 접하면 일부러 "형편은 어려워도 남매가 모두 밝은 편입니다"라고 글을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하지만, 정말로 이 두 남매에게는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명랑함이 있다. 얼굴과 행동이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히려 남매의 밝은 얼굴만큼 밝지 못한 것은 할머니의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매를 책임지고 건사해야 할 몫은 지금은 고스란히 할머니의 담당이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세 사람의 동거, 그것은 순전히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