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폭력 진압 때문에 부대 복귀 거부를 선언한 이길준 의경이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성당에서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전,의경 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성호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이길준씨를 부대로 복귀시켰다.
현재 중량경찰서로 연락해 본 결과 이길준씨의 복귀 사실 이외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언론을 통해서 내부 징계를 내리기 위한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다시 이계덕씨와 같은 내부의 보복이 시작되는가.
이길준씨는 양심선언을 통해서 폭력적인 진압과정과 의경 내부의 폭압적 문화를 고발했다. 그리고 명확하게 더 이상 복무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길준씨를 다시 예전 부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복귀시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더욱이 불구속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이중처벌이다. 더 나아가 복무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고, 부대에서는 고발까지 한 상황에서 신변을 부대로 귀속시킨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농성과정에서 중량경찰서는 지속적으로 이길준씨의 출두를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사회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나 지금 중량경찰서는 그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답변만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을 믿은 우리가 순진한 것인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경찰이 현명한 것인가.
고발한 쪽이 고발당한 쪽을 가둘 수는 없다'혹시 오늘 이길준씨가 촛불집회 현장에 출동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까?' 이 질문에 중량경찰서의 답변은 지금 대부분 출동 나가있고 지휘관도 없기에 상황을 제대로 알려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설마 그들이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 생각하지만 이미 한 번 속았기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촛불 집회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자신의 신념을 밝히고, 그 신념이 현행 법을 어긴 것이라면 당당히 처벌받겠다고 선언한 젊은이. 자진출두하면서 이제 시작이며 꼭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한 젊은이. 그 젊은이의 마음과 몸을 지키겠다며 신월동 성당을 가득 메워주었던 촛불들. 모두 지금의 비극적인 상황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모습들이었으며 우리가 꿋꿋하게 지켜야 할 가치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너무 안 좋다. 이미 경찰은 "때려라, 대신 보이지 않게 때려라"는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명예훼손까지 걸어놓은 상태다. 고발한 사람이 고발당한 사람의 신변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와 협박·회유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길준씨 앞에 놓여있는 것은 감옥이다. 피하거나 숨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사람에게 차분하게 재판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꼭 이렇게 부대로 신변을 옮겨서 수많은 고통을 받도록 해야겠는가.
중량경찰서는 처음의 약속을 지켜서 이길준씨가 부대를 나와서 온전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징계를 내리거나 기타 조치를 통해 이길준씨의 신념을 흔들고자 한다면 그건 공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