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서울남산국악당에서 경서도 소리 뉴프론티어 공연을 하는 김수진
김광훈
"한산낙목 찬바람에 새옷지어 넣어두고 날마다 기다릴제 허구헌 긴긴날에 이마우에다 손을얹고 뫼에올라 바라다가 망부석이 되겠구나."
위는 서도 잡가의 “초한가” 일부로 중국 초나라와 한나라가 싸웠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 초한가를 즐겨 부르는 서도 소리꾼이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자이며, 지영희 전국경서도민요대회 금상을 받은 그리고 현재 서도연희극보존회 단원인 김수진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 김수진이 어제(8월 1일) 저녁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을 했다.
김수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기획자는 “절차탁마(切磋琢磨)”로 표현했다. 옥을 갈고 닦아 빛을 내는 것처럼, 학문이나 예술을 배우고 익히겠다는 김수진의 마음가짐을 얘기하는 것이리라.
공연은 먼저 <적벽부(赤壁賦)>부터 시작하여 수심가, 개성산염불, 초한가 등의 전통 잡가를 먼저 부른다. 무대에 많이 서보지 못해 두려워했다는 말과는 달리 탁자 앞에 앉아 적벽부를 소리하는 모양새부터 상당한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후반부 동료 소리꾼들과 함께 금드렁타령, 투전풀이, 청사초롱, 신경발림 등의 해학적인 소리를 부른다. 특히 굼베타령이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전갑섬타령을 부를 때는 익살스러운 동작과 맛깔스러운 소리에 청중들의 손뼉이 절로 나온다.
공연 중간에 잠시 나온 김수진의 스승 서도소리 전수조교 유지숙 선생은 “연습할 때 야단을 많이 쳤다. 그래서 수진은 이렇게 벅찬 것을 왜 하라고 했느냐며 힘들어했다. 그런데 오늘 수진이 연습한 것 이상으로 잘하는 걸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라며 울먹여 청중의 큰 손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