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현수막으로 만든 시원한 메뉴판. 다른 벽면에 다른 내용으로 2개가 더 붙어 있다.
이덕은
지금은 햄버거나 피자에게 자리를 물려줬는지 몰라도 그래도 변함없이 스테디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음식은 자장면일 것이다. 길거리에 아무리 옛날 '짜장'이라고 현수막을 걸어 놓았어도 아직까지 간사스러운 나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화끈한 '짜장'을 보지 못했다.
사실 '옛날 맛이 안 난다'라고 하지만 음식은 단순히 맛만이 아닌 분위기가 많이 좌우한다. 자장면 한 그릇과 단무지와 양파 듬뿍에 배갈(백간(白干), 백건(白乾)이라는 상표에서 유래한 듯. 커다란 청주병에 든 고량주) 한 '도꾸리'(德利 청주를 데워 마시는 일본식 용기에서 유래한 말로 곡선이 아름다웠던 유리용기로 여기에 배갈을 따라서 팔았다)가 없으니 그 맛이 날 리 없다.
종로5가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골목을 기웃해보니 그럴듯한 중국집이 보인다. 집사람은 동창과 만나느라 늦는다 하니 집에 들어가 혼자 밥 차려먹기도 왠지 구질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가정집 마당을 개조한 듯한 홀과 방이 있다. 벽에는 메뉴판 대신 시원하게 현수막으로 메뉴판을 대신하고 있다.
"간짜장 하나.""간짜장은 2인분 이상만 되는데요." 주인 아줌마의 답변이다.
'원 1인분이 안 된다….'
뭘 먹을지 대책이 안 서는데 갑자기 간짜장을 해주겠단다. 옆자리에 혼자 왔던 사람도 간짜장이 먹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람은 아니지만 2인분을 만들어 준다 한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선생님 덕분에 맛있게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