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수
이러한 상태에 이르기까지는 일본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것은 미국 CIA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CIA 국가정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1월 보고서에는 독도/다케시마 분쟁지역 설명부분에서 "일본의 주장으로 분쟁이 촉발됐다"고 간단히 소개돼 있다.
그러나 2004년 이후 한국과 일본 지도에 영토 분쟁지역을 의미하는 '리앙쿠르 록스'가 삽입됐고, 2005년에는 한국지도가 아닌 일본지도에만 리앙쿠르 록스가 '화살표'로 표시됐지만 2006년에는 한국지도에도 리앙쿠르 록스를 강조해 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4년 9월 CIA 보고서에는 '격렬하게(intensified)'란 단어와 '조명되다(highlighted)'란 단어를 추가해 분쟁지역 상태로의 독도를 부각시켰다. 결국 2005년 CIA 보고서는 '미해결'(unresolved)과 '조업권리'(fishing rights)란 표현을 더했다. 일본은 미국에서 이루어낸 이러한 일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 다음해인 2006년 4월 독도 주변의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일본 탐사선을 보냄으로써 한·일분쟁상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벌써 이 때는 인터넷에 다케시마의 표기가 일반화된 시점임을 생각할 때 독도를 보는 세계인의 시각은 일본에 편향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 모든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권위있는 지도 속 괄호라는 기호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로 보여진다.
올 7월에 일어난 사건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이미 일본은 미국에서 많은 것을 성취하였다. 그러나 크게 보자면 미국 국회도서관의 주제어와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 규정은 미국 안에서의 문제이고 미국 정책의 문제일 뿐이다. 일본은 미국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도약할 발판을 찾고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그들은 2009년에 발간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세계지도책' 제9판에 독도 '영유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이 명시되기를 원할 것이다. 이 책의 세계적인 파급력으로 볼 때, 이 지도는 미국 밖에서 제작될 많은 다른 나라의 지도 제작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만약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 책이 발간된다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한국인의 분노는 극에 이를 것이고, 당연히 모든 책임은 현정부의 무능함으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 그 때 정부가 겪을 고충은 지금의 몇 배나 될 것이다. 불과 1년 반 후의 모습이다.
군부대 파견은 낮은 수준의 대응... 중요한 키워드는 '보존과 정보'일단 우리는 이미 일본과 독도를 놓고 벌이는 경기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여러 상황으로 봐서 심판의 공정성에 대해 어느 정도 질타할 수는 있겠지만, 재경기를 하자고 제안할 입장은 못 된다. 미국과의 관계도 이런 입장에서 정리하고, 일본과의 새로운 경기에 도전하면 된다. 그들이 바꾸었다면 우리도 못 바꿀 것은 없다.
결론은 심판이 설정해 놓은 규칙을 잘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그 규칙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설정한 좌우명 즉 모토(Motto)에 있다. 무엇인가?
"지리학 지식의 증진과 확산을 위함과 동시에 세계의 문화, 역사 그리고 자연 자원의 보존을 장려함 (To increase and diffuse geographic knowledge while promoting the conservation of the world's cultural, historical, and natural resources)"이다. 이제 해결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1) 지리학적 지식의 증진과 확산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면 되고, 이는 지리학자들의 몫이다. 2) 문화 자원 보존은 문화인의 몫이다. 3) 역사 자원 보존은 역사학자들의 몫이다. 4) 자연 자원 보존은 미생물학·식물학·동물학 등 관련학문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몫이다. 새로운 종의 생물을 발견하여, 학명으로 독도 명칭을 부여하고 이것이 축적되면 세계적인 힘이 되는 것이다.
또 이 모든 것을 총괄하여 올해 5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간 도서영유권 분쟁에서 유효하게 고려된 '공식 발간물(official publication)'을 만들어 내면 된다. 결국 각계의 사람들이 자기의 몫을 다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보존과 정보'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독도를 위한다고 내놓은 방침은 우리가 참여할 경기의 규칙과는 상반된다. 군부대의 파견, 독도의 유인화 정책과 독도사랑 체험장 및 기념관과 같은 개발 정책 등은 가장 수준 낮은 대응 전략이며, 정치적 전략에 불과하다. 이 전략은 국제사회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며, 일본을 더 자극하는 전략이 되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
독도와 관련한 개발 정책, 물론 가능하다. 그것은 철저하게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 자원을 이용한 콘텐츠 개발이 돼야 한다. 독도를 보존하면서, 무형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그 방법이다. 여기엔 무궁무진한 개발의 대상들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도 많다. 그리고 국민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들도 많을 것이다. 웹2.0의 키워드인 '집단지성'을 이용하면 어떨까? 충분히 소수집단의 지성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더 이상 감성에 의해 움직이지 말고 지성에 의해 움직이자.
'집단지성'을 이용한 소프트 파워 보여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