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학교자율화 반대 청소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한 학생이 들고 있는 피켓에서 '학생도 사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경태
'교육열 1위 대한민국'의 위대한 모성이 '사교육 1위 대한민국'의 극성스런 모성으로 추락하게 된 과정을 짚어봐야 한다. 엄마도 아이도 장마철 빨래마냥 눅눅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미친 교육풍토에서 콧노래 부르는 자 누구인가. 등 따시고 배부른 자 누구인가. 결국, 일부 교육 관료와 학원업자만 행복하다. 이 상황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바꿔낼지 곰곰이 궁리해야 한다.
7·30 서울시 교육감선거는 좋은 기회다. 후보들은 저마다 아이를 위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집 근처에는 '우리 아이들 숨 좀 쉬게 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어째 내 눈에는 '정권퇴진'보다 '숨쉬기'가 더 급진적으로 보였다. 거창한 교육제도 혁신은 바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먹고 자고 숨 쉬는 일'이 절박한 구호가 되는 세상은 아니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내일로 다가온 교육감 선거를 위해 투표장을 알아봤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좀 귀찮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들은 유명학원이나 족집게 강사 알아보는 정성의 반만 들인다면 인물선택부터 투표까지는 일도 아니다. 마감시간이 저녁8시까지라 퇴근길에도 할 수 있다. 예비 학부형들은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비로 노후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보험 드는 수고로움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 후보를 찍으면 좋겠느냐고. "0교시 안 하는 사람 뽑아주세요"라고 답한다. 이유를 물으니 늦잠자서 아침도 못 먹고 학교 가게 될까 봐 걱정이란다. 한참 크는 아이들에게 '밥'과 '잠'은 중요하다. '땀' 흘려 운동하고 '끼'를 발산하고 '꿈'을 키우는 교육이라야 아이들이 '숨'을 쉴 것이다. 아이들은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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