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하상호 씨가 공연 도중 붓글씨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김영조
민요 향연이 펼쳐진 다음 드디어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의 해금, 기타, 장구를 위한 “우리민요환상곡”이 펼쳐진다. 그들은 그동안 수많은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황홀하게 해왔던 대로 이날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마지막을 김혜란 명창과 함께하며, 마리소리골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이병욱의 존재는 커보였다.
'이병욱과 어울림'이 공연하는 한 편에는 한국미술협회 심사위원이며, 서예가인 하상호 씨가 붓글씨 퍼포먼스를 펼쳤다. 큰 붓을 들고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하씨는 마치 신들린듯 했다. 공연을 붓글씨로 표현했다는 설명을 한다. 다만, 일반 청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한문이 아닌 한글 붓글씨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별출연 김점순 명창의 깜짝 무대 “대감놀이”로 마무리를 한다. 청중은 굿 소리에 온통 흥분의 도가니다. 역시 우리굿은 우리 겨레의 혼기를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다만, 대감놀이는 지나친 복채 탓에 끝이 어색해졌다. 오히려 우리 마당놀이 모양새처럼 민요를 같이 불러본다거나 하는 청중과 하나 되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옥에 티는 또 있었다. 벌써 마리소리골이 문을 연 지 8달이 넘었지만 지난번에도 지적된 음향과 조명문제는 여전했다. 마이크가 갑자기 작동이 안 된다든가 균형이 맞지 않아 소리가 웅웅거리는 심각한 결점이 드러났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야심 차게 문을 연 박물관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점은 지적을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