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오 소장(주)이장 안성사무소의 정상오 소장은 '푸른새미사업부'을 총괄하는 주역이기도 하다. 이날 나는 그의 값진 강의를 무려 3시간이나 혼자 듣는 즐거움을 누렸다.
송상호
이장님들은 전문적인 ‘마을 설계사’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 정상오 소장(주. 이장 ‘푸른새미사업부’- 안성금광면)을 중심으로 ‘신세대 이장님’들이 펼쳐가는 마을 설계 사업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마을 만들기 팀은 마을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디자인하며, 마을 발전소 팀은 주민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월간 마을 반상회를 주관하며 선진지 견학 등을 담당하고 있고, 친환경 건축 시공 팀은 친환경 시공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다. 정상오 소장만 해도 안성에도 몇 명 있지 않은 ‘건축시공기술사’이다. 말하자면 멤버들이 모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서 생태마을을 조성하는 시발점(필요하다면 땅 구입부터)부터 의뢰자와 함께 계속 의사소통하면서 마을이 완공되어 지속적인 운영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는 기업이란 이야기다. 그래서 ‘마을 설계사’라는 이야기가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며, 마을 이장이라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겨레신문과 제휴하여 ‘지역 경제 디자인 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역 창업과 도농 교류 등을 지원하고 있고, 생태마을 농장 컨설팅, 지역사회 관광, 환경생태조사 분석 등을 하며 현재는 안성지역의 학생들을 상대로 ‘I love 안성마춤 학교’를 개설하여 지역 청소년들이 마을을 사랑하는 거리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 안성, 홍천, 서천, 춘천 등의 5개 지역에서 60명의 멤버들이 부지런히 발로 뛰고 있는 중이다.
특별한 공동체 의식 없어도 노크할 수 있다 ‘생태마을, 친환경 건축’이라고 하니까 무슨 ‘공동체 의식’이나 ‘생태의식’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만 문을 두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 소장에 의하면 누구든지 문을 두드려 준다면 오히려 고마운 것은 (주)이장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특별한 의식이 없어도 참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참여하다보면 저절로 익히고 알게 된다는 것이며, 문을 두드리는 순간 (주)이장의 네트워크 폭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직장에서 은퇴한 후 노후대책으로 ‘전원생활’을 생각하는 사람, 귀농을 생각하며 준비해보지만 ‘정보 부재’와 ‘시골생활의 생계유지 어려움’때문에 막막하여 망설이는 사람, 시골에다가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저축해나가는 사람, 생태적인 마을이나 공동체 마을을 꿈꾸는 사람, 시골에 땅이 있어서 뜻있는 마을을 가꾸고 싶은 사람 등은 여기를 노크해보라.
당장 시도하지 않아도 좋은 정보와 함께 지속적인 네트워크로 인해 여러분의 꿈이 조금씩 영글어 갈 테니까 말이다. 일단 노크하면 얻는 것이 많을 것은 분명하다. 굳이 공동체 생활에 관심이 없더라도 개인적 전원생활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니 망설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현재 (주)이장에서 확보하고 있는 땅이 하동, 봉화, 서천, 홍성 등 총 4곳이다. 앞으로 안성 지역에도 (주)이장의 멤버들을 위한 ‘생태마을 조성’도 추진 중이다. 그 멤버들과 가족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지금 5곳으로 흩어져 있는 멤버들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공간이 될 것이며, 그 마을엔 일반인들의 입주신청도 받을 계획에 있다. 여기엔 마을 치유센터까지 건립될 계획이다.
물론 이상의 지역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에 적절한 땅 구입까지도 함께 하는 것은 당연지사. 소유한 땅이 없다고 해도 여기에 가서 상담하고 찾아보면 길은 있게 마련이다. ‘신세대 이장님’들이 직접 발로 뛰어 만들어 놓은 알찬 노하우의 축적 기간만 해도 9년을 넘기고 있다는 것은 신뢰의 조건이 될 것이니까 말이다.
적정한 이윤 때문에 고민하는 기업(주)이장은 국내에서 50대 사회적 기업에 속하는 회사다. 사회적 기업이란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사회적 공익을 위해 일하는 기업을 일컫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추구가 제일의 목적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항상 (주)이장은 고민하게 된다. NGO가 아니기에 후원금으로 운영되지 않지만, 실제 기업의 성격은 공익을 추구하다보니 효과적인 경제적 운영은 늘 숙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 과도한 이윤이 아닌, 의뢰자도 (주)이장도 서로 만족할 만한 적정 이윤에 대한 고민이 늘 있다는 것이다. 이윤이 남아야 지속적인 기업운영과 재투자가 가능할 것은 분명한 일일 테니 말이다.
그래도 그들은 당초 ‘새로운 생태마을’의 이장이 되겠다는 ‘기업 이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오히려 다른 기업들에게도 (주)이장의 중요한 정보조차 숨기지 않고 공개하여 공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벤처마킹해서 유사 기업들이 많이 생기면 오히려 경쟁력도 생길 것이고, 당초 꿈꾸었던 좋은 기업의 문화도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인 것이다.
소위 ‘메이저’급 기업들만 사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하여 지역을 살리는 데 함께 한다면 오히려 바라던 바라는 것. 정 소장의 말에 의하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힘이다.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니까 라이벌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가 되더라”는 것이다.
지렁이에게 한 수 배우다무슨 일이든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면 풍부한 개인 소득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의 ‘이장님’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가치를 마음껏 추구할 수 있는 이 마당이 좋아 신명나게, 그러면서 다른 어느 기업보다 열심히 일을 한단다. 이런 측면을 잘 말해주는 정 소장의 ‘지렁이 화분’의 역사를 소개하면 이렇다.
몇 년 전부터 정소장의 자택에 지렁이가 분양되어 살고 있다. 그 지렁이가 하는 일은 남은 음식을 먹어치우는 것. 숙소는 조그마한 화분. 말하자면 음식쓰레기를 해결하는 생태적 방법인 것이다. 화분과 지렁이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가능한 방식이다.
지렁이를 키우면 자녀들 생태교육과 쓰레기 처리 교육 등이 절로 되고, 음식물 쓰레기가 생태적으로 처리될 뿐만 아니라 지렁이가 살고 있던 화분의 흙이 옥토가 되니 다른 화분의 흙으로도 사용된다니 일석삼조가 따로 없다.
단독 주택이라면 화분이 아니라 화단 한 곳에 지렁이의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이것을 원한다면 지렁이는 환경단체 ‘에코붓다(
www.ecobuddha.org, 02-587-8997)’로 연락해서 무료로 분양받을 수 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것이다.
하여튼 지렁이에게 한 수 배웠다는 정 소장의 깨달음은 이렇다.
“지렁이는 말이죠. 화분 속에서의 제한된 음식과 공간이 주어지니까 개체수를 스스로 조절하더라고요. 그래서 무한정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살아남기에 적절한 환경을 알아서 만들어 나가는 지혜가 있더라는 거죠. 사람처럼 무한정 발전만 추구하거나 양적 성장은 지양하더라는 겁니다.”
이를테면 이런 생활 속의 실천과 깨달음들이 정 소장을 비롯한 ‘신세대 이장’들이 여기에서 신명나게 일해 나가는 비결인 것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자신이 일상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상충되지 않고 일치되어 나가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일 게다. 아마도 (주)이장의 에너지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