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류암(시묘암) 구미시 고아읍 예강리자기를 길러준 양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며 여섯 해 동안 좁은 바위틈에서 '시묘살이'를 했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의 효심 깊고 따듯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손현희
"시묘살이? 아빠, 시묘살이가 뭔데?"
"옛날에는 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무덤 가까이에 움막을 지어놓고 거기에서 3년 동안 살면서, 살아계실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모셨지. 그걸 시묘살이라고 하지."
"3년 동안이나?"
"그래. 3년 동안 날마다 산소에 가서 풀도 뽑고, '아이고, 아이고' 곡을 하면서 제사상을 차려드리고 움막에서 살았지. 옛날엔 높은 벼슬을 하던 사람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와서 그렇게 시묘살이를 했지."
"하아! 그렇게 오랫동안 날마다 부모님 무덤가에서 살았단 말야?"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였어요. 나무꾼이 산속에서 나무를 하다가 큰 호랑이를 만나 발에 박힌 가시를 빼준 일이 있었지요. 나중에 나무꾼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무덤가에서 '시묘살이'를 하느라고 홀어머님이 사시는 집에는 갈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홀로 계신 어머님을 위해 누군가 새벽마다 와서 토끼나 사슴을 한 마리씩 던져놓고 갔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지난날 발에 박힌 큰 가시를 빼주었던 호랑이가 한 일이었다는 걸 알고 '짐승도 은혜를 갚을 줄 안다'는 옛날이야기를 해주셨지요. 이때 처음으로 '시묘살이'를 알게 되었답니다.
이야기보따리 '떽떼구르르르릉~'어릴 적엔 아버지한테 옛날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밤늦도록 떼를 쓰며 옛날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던 생각이 나네요. 그럴 때면, 아버지도 이야기를 들려주다 지쳐서 끝에는 늘 이런 얘기로 마무리를 하셨지요.
"어떤 사람이 이야기보따리를 지고 산꼭대기에 올라갔다가 그만 이 보따리가 떨어져버리고 말았지. 그런데 이놈이 글쎄, 저 밑으로 떼굴떼굴 굴러가는 거야."하며 시작하여, 끝없이 '떼굴떼굴' 구르는 이야기만 해주었지요.
"떼굴떼굴~ 떼굴떼굴~ 또 떼굴떼굴~ 떽떼구르르릉~ 또또또 떼굴떼굴~~~"아버지가 '떽떼구르릉~' 하면서 발음을 세게 하면, 그게 어찌나 재밌든지 '까르르' 웃곤 했지요. 그러다가 이야기보따리가 구르는 소리에 스르르 잠이 들다가도 아버지 얘기소리가 안 들리면 다시 눈을 번쩍 뜨곤 했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또 기다렸다는 듯이, "어! 지금도 구르고 있네? 또 떼굴떼굴 떼굴떼굴~~"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나 '은혜 갚은 호랑이'…. 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고 스무 고개를 다 넘을 동안 떡장수 아줌마의 떡을 모두 빼앗아먹고는 끝내 잡아먹고 말았다는 얄미운 호랑이 이야기까지…. 꼭 호랑이가 나오는 얘기에는 잔뜩 겁먹은 낯빛으로 귀를 쫑긋이 세우고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 가운데 '은혜 갚은 호랑이' 이야기는 퍽 감동스러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