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된 김예은(왼쪽, 상주 입석분교)양과 임다예(안산 풍도분교)양.
김당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둘은 동갑내기 친구가 늘 고프다. 지난해 예은이는 본교인 화북초등학교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녔다. 동급생이 11명이었다.
그 중 예은이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본교에 입학했다. 예은이는 그 친구들이 무척 그립다.
다예는 외지에서 놀러 온 동갑내기 친구를 사귀면, 엄마에게 달려가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을 한다. 그 친구들이 배 타고 다시 돌아갈 때면 부두에 나와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고 한다. 다예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볼 때면 섬에 사는 게 미안해진다"고 했다.
이런 사연을 가진 예은이와 다예가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서 만나 친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두 소녀는 입학식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예은이 어머니는 예은이 스스로 입학식에 가겠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은이가 가기 싫다고 했으면 안 왔을 거예요. 예은이처럼 혼자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예은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가겠다고 하더라고요."다예는 태풍 때문에 하루에 한 번 다니는 인천 가는 배가 안 뜰까봐 노심초사였다. 다예 어머니는 다예가 방학도 안 했는데 빨리 출발하자고 안달을 떨었다고 한다.
"19일이 방학인데 그 전날에 출발하자고 졸랐어요. 제가 방학하고 배 타도 된다고 했더니, 배 안 뜨면 엄마 책임이라고 토라지는 거예요.""꿈에서 예은이 만나면 돼요"두 소녀는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자 사뭇 차분해졌다. 3일째인 22일, 아침을 먹고 난 뒤만 해도 두 소녀는 남자 지도교사의 티셔츠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며 마주 보고 깔깔거렸다. 그러나 오마이스쿨에 사는 강아지인 흰둥이와 깜순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말을 잃었다. 두 강아지처럼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짐을 챙기고 단체사진을 찍으러 계단을 내려가는 예은이와 다예를 불러세웠다. 서로 보고싶어지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다. 두 소녀의 대답이 또랑했다.
"예은이랑 편지하면 돼요. 꿈에서 만날 수도 있고요." (다예)"전화할거예요. 또 인터넷도 있어요." (예은)두 어린이의 어머니들도 아이들이 원하면 만나게 해 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다예 어머니는 "가족끼리 두 달마다 한번씩 풍도에서 (뭍으로) 나와서 휴가를 보내요, 그때 예은이한테 전화해서 만날 약속을 해도 되고요"라며 "오늘 팀블로그 어떻게 쓰는지 배웠으니까 거기에서 계속 연락하면 되죠"라고 말했다.
두 아이는 각각 버스에 올랐다. 예은이는 경북 상주의 산골마을을 향해, 다예는 경기 안산 앞바다의 작은 섬 풍도를 향해 정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두 소녀는 오마이스쿨에서 둘을 이어준 '소통의 다리'를 열심히 건너다닐 것이다.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 우정을 계속 키워나갈 두 아이가 5년 후, '더불어 함께 졸업식'에서 다시 만나 활짝 웃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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