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숙 상임이사더불어함께 입학생에서 환영인사를 하고 있는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조경국
아이들이 드디어 '나홀로 입학생' 꼬리표를 뗐다. 21일 오전 10시 10분, 강화도 불은면 넙성리 오마이스쿨 강당에서 '더불어 함께 입학식'이 열렸다.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딱딱한 행사가 아닌 서로를 소개하고 환영하는 따뜻한 입학식이었다.
'1일 교장'을 맡은 김순래 강화고등학교 과학교사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아름다운재단 윤정숙 상임이사가 환영인사를 건넸다. 입학식에 참석한 가족과 선생님을 소개하고, '더불어 함께 입학생'이 된 아이들도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입학식에서는 KBS <세상의 아침>, SBS <내마음의 크레파스>, EBS 뉴스프로와 인터넷방송 NPN <뉴스채널> 등 4개 방송팀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입학식은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입학식은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꽃을 달아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아이들은 주최측이 준비한 장미꽃을 엄마와 아빠, 선생님의 가슴에 달아드렸다. 사회를 맡은 오마이뉴스 김당 국장은 입학식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소중한 분들이라면서 특별히 세 팀을 소개했다.
경남 밀양 단산초등학교의 김여옥 선생님은 나홀로 입학생이 아닌 두 명의 1학년을 데리고 왔다. 원래는 이 학교에 종원이 혼자만 다녔으나 나중에 진우가 전학을 오면서 1학년생이 두 명이 된 것이다. 그래서 김 선생님은 진우도 입학식에 참석시켜 달라고 요청해 두 친구는 사이좋게 함께 입학식에 참여했다.
박점숙 선생님은 학생이 5명뿐인 전남 고흥 우도분교의 분교장이다. 그는 인터넷 블로그(
http://blog.daum.net/fuiiggot )에 '교단일기'를 쓰고 있다.
충북 보은 삼가분교에서 온 현석이는 가족과 함께 입학식에 왔다. 삼가분교의 기사로 일하는 아버지 양재붕씨, 필리핀에서 온 어머니 달리사이씨,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였다. 오마이뉴스와 아름다운재단은 나홀로 입학생이 다니는 학교, 마을공동체, 학생들의 소원을 듣고, 심사를 거쳐 지원을 하는 '소원우체통'사업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현석이 가족이 8월에 엄마의 고향인 필리핀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어 입학식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의 훈화가 이어졌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오마이스쿨도 10년 전에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였다"면서 "결국 폐교가 되었지만, 오마이뉴스 식구들이 다시 가꾸어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여러분들이 오니 학교에 생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함께 입학식'을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아름다운재단, 오마이 식구들, 후원기업들, 함께 해준 언론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오마이뉴스 연재를 통해 한명 한명의 기사를 다 읽었다. 보고 싶었다"며 설렘 가득한 인사로 훈화를 시작했다. 윤 이사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 너머에 넓은 세상이 있고, 바다 건너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걸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이사는 <도시락>이란 이름의 3분짜리 만화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한 학생에게 같은 반 친구들이 제 도시락에서 한 숟가락씩 덜어준다는 내용의 만화였다. 아이들은 예쁜 그림체의 만화를 열심히 보았다.
윤 이사는 마지막으로 "모두를 안아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가장 멀리 가거도에서 온 지오를 안아주겠다"고 말했다. 부끄러움을 타는 지오를 '독수리 오형제'가 번쩍 들어 윤 이사 앞에 데려갔다. 강당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김순래 '1일 교장'은 "강화도는 한 학교를 제외하면 '나홀로 입학생'이 없다. 강화도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다. 여러분도 학교를 자랑스럽고 예쁘고 깨끗하게 꾸미면 친구들이 많이 놀러올 것이다"라고 말하며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나를 소개합니다>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소개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상은이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안녕? 나는 안동 일직남부초등학교 1학년 김상은이야. 친하게 지내자."
간단한 소개가 끝나자마자 앞줄에 앉아 있던 혜진이(충북 옥천 능월분교)가 나와서 상은이를 부둥켜안았다. 두 소녀의 웃음이 한없이 맑았다.
'이마가 시원시원한' 시원이(전남 신안 어의분교)는 "안녕?" 한 마디만 하고는 학교 이름을 까먹었다며,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로 들어갔다.
'말랑말랑한'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입학선물인 학용품 세트를 받았다. 이어 휴식시간을 가진 뒤에 첫 수업으로는 탤런트 한혜진씨의 특별수업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