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익종/문조) 가례도감의궤(1819) 본문 '교명식' 세부/왕세자(순종) 가례도감의궤(1882) '동뢰연배설도'
장서각
조선시대에는 왕실이나 국가의 주요 행사를 그림과 글로 기록하여 남겼다. 처음부터 5~8부 가량을 제작하여 사고에 보관, 훗날 같은 성격의 행사에 참고하게 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새겨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했다.
종류도 많다. 왕비나 세자 등의 책봉이나 이 책의 주제가 되고 있는 혼례에 관한 것, 장례나 제례 등에 관한 것, 국왕이 모범을 보이고자 몸소 농사를 짓는 친경과 같은 행사나 각종 잔치, 궁궐 건축물의 신축이나 보수, 중수 등에 관한 것 등. 조선후기로 갈수록 양은 방대해지고 제작 기법도 수작업에서 판화로 바뀌고 있다.
또한 왕실 행사의 기안에서부터 진행과정, 각 부서 관원들 사이에 오고 간 행사 관련 공문서, 왕의 지시와 신하들의 의견과 건의, 사용된 물품과 물품을 만든 사람과 물품 제작과 행사에 소요된 비용, 행사에 참여한 신하들의 관직 등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의궤는 우리 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수원 화성을 복원할 수 있었던 것도 건축 당시인 정조 때 의궤를 작성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 수많은 건축물과 의복, 풍습, 풍물, 국가 행사 등의 충실한 자료가 되고 있음도 물론이다. 의궤는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6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의궤 중 왕실의 혼례에 관한 것이 '가례도감의궤'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가례도감 반차도는 1627년 소현세자의 혼례를 비롯해 1906년의 황태자 순종의 혼례까지 13건. 저자는 현존하는 각 가례반차도만의 특징과 내용, 시대별 변화와 변화에 따른 미술사적 고찰과 의미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들려준다.
고속 열차 TGV(테제베)와 함께 유명해진 우리 문화유산 의궤, 드라마(MBC-이산)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익숙해진 의궤지만 막상 일반인들이 만나기란 매우 힘들다. 현존하는 의궤들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과 서울대학교 규장각,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모두 귀중본으로 분류, 특별 관리되고 있는지라 접근 자체부터 힘들기 때문이다.
운 좋게 의궤를 만나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한자로 기록된 수많은 궁중용어들과 당시의 관직명, 기물, 풍물, 풍속 등의 전문 용어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수 이두까지 기록되어 있다고 저자는 20년간의 가례도감연구 일화에서 밝히고 있다. 의례 용어, 활동했던 도화서 화원 실태를 표로 따로 정리한 것도 연구자들에게는 유용할 듯하다.
이런 어려움들을 어느 정도는 극복, 전문가만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의궤를 만날 수 있도록 이 책에는 이런 반차도를 정밀 촬영한 컬러 도판을 풀 페이지로 수록, 마치 행렬을 구경하면서 따라가는 듯 설명하고 있다. 의궤, 가례도감의궤를 알기에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의궤에 관한 책을 내기가 막상 쉽지 않았다. 저자가 20년 동안 연구,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썼지만 워낙 전문적인 소재라 어느 정도의 모험도 감수해야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워낙 유명해진 의궤지만 우리의 의궤 연구는 이제 첫걸음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그 성과가 미미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멈춰 있을 순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을 첫걸음으로 '잔치'와 '어진'에 관한 의궤 2권을 계획 중이다."- 7월 22일 출판사 '소와당' 담당 편집자와 한 통화 덧붙이는 글 | 왕실 혼례의 기록 <가례도감의궤와 미술사> / 이성미 지음 / 소와당 / 2008년 6월 23일 펴냄 / 3만5000원
가례도감의궤와 미술사 - 왕실 혼례의 기록
이성미 지음,
소와당,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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