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준이.버스를 타기 위해 우산을 접었다. 이렇게 잘난 얼굴을 왜 가렸을까?
강기희
여전히 낯을 가리는 나홀로 입학생 경준이이날 경준이를 만난 곳은 운치분교 앞. 경준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교생 8명(남학생 6명, 여학생 2명) 중에서 7명이 함께 있었다. 경준이 형인 김현준(운치분교 6학년)이 기자를 알아보며 "어, 어떻게 왔어요?"한다.
"경준이가 내일 서울 간다고 소문 났기에 찾아왔지."그러나 주인공인 경준이는 기자를 보자마자 우산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처음 만났을 때도 경준인 낯을 가려 한동안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 촌스러움은 학교에 입학해도 여전했다.
"자, 방학도 했는데 기념 사진 찍자."우산을 받쳐든 아이들이 일렬로 섰으나 경준이는 끝내 카메라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형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카메라만 대면 재빨리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아이 김경준. 그 순박함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경험상 경준이는 한 시간만 지나면 기자에게 장난을 걸어 올 것이 분명하니 서두를 일도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길 20여 분. 하루 세 차례 마을을 오고 가는 공용버스가 빗속을 뚫고 달려 오더니 아이들 앞에 섰다. 아이들을 태운 버스는 중간중간 정차해 아이를 내려주고 경준이네 집으로 갔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10리길. 평소에는 걷기도 하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버스를 탔다.
지난 2월만 해도 눈이 가득했던 운치리 마을은 고추와 옥수수, 감자, 무, 콩 등의 작물이 각자의 영역을 확보한 채 익어가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니 곳곳에 '우리집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지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쇠고기 먹지 말란 법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