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영리병원'보다 '공공병원'이 우선이다

등록 2008.07.19 15:38수정 2008.07.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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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부가 직접 투자하고 경영하는 공공병원이 참 부족하다. 한국의 모든 병원은 국민의 건강에 직간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 교실의 반장처럼 공공병원은 민간병의원이 담당하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 저소득계층 진료 등 공익성이 강한 진료에 적극 참여하고 또 특진비 등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이 아닌 새로운 분야를 확대하여 환자의 주머니에서 직접 지불되는 진료비 증가 경쟁을 억제하거나 필수적인 의료에 대해서는 수익과 관계없이 표준적이고 모범적인 진료를 시행함으로써 전체 보건의료 관행을 바람직하게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병원은 이제까지 규모 있는 투자부족과 체계적인 경영지원 미흡 등으로 인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사스, 결핵 등 유행성 전염병의 대응 미흡과 노인 및 저소득계층의 증가에 따른 진료 사각지대 확대 같은 실상이 점점 크게 드러나면서 뒤늦게 공공병원의 투자가치를 인식하며 이미 있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점차 정부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전, 울산, 광주 같은 광역자치단체에는 이러한 지방의료원이 없고 농어촌 등 인구감소 지역에 있는 지방의료원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어 더욱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공공병원 투자를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이 영리병원을 키우겠다고 한다. 제주도 같은 경제특구에 한정해서 영리병원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는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이윤추구에 적합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적극 개발할 것으로 예측되는 영리병원의 운영 방식은 일반 병원에도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병원의 운영 방식은 지불능력에 따라 환자를 선택적으로 받거나 더 나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진료를 개발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으면 주민에게 꼭 필요한 진료서비스라도 과감히 없애 지역사회 주민의 보건의료 이용의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의료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이와 같은 일련의 의료민영화 정책은 한국의 의료가 후진적이라는 진단에서 출발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의료가 어떤 측면에서 후진적이며 무엇을 선진화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하였는가 하는 점에서 의문이 든다.

 

영리병원이 없어서 한국의 의료기술 수준이 낙후되었는가? 영리병원을 설립하여 의사에게 고수익을 보장한다면 기존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실력 있는 의사들이 영리병원으로 가고자 희망할 것이며 상대적으로 일반 병원과 국공립 병원의 영세함을 부채질하여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을 보장이 있는가?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치료시스템은 매우 발전되어 있음에 비해 예방시스템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정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어찌 의료선진화를 운운할 수 있을까?

 

영리병원에 대해 운운하기에 앞서 정부는 어떻게 공공병원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여 지역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먼저 적극 검토하고 대책을 발표하여야 한다. 단지 수익을 많이 올리는 외국 영리병원을 벤치마킹하는 식이 아니라 한국의 진정한 의료선진화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가를 전체적으로 논의해야 하여 예방과 치료가 균형적이고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에 제한이 없어 국민의 만족도와 국민건강 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을 어떻게 벤치마킹해야 하는가를 토론해야 한다.

 

한국은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경험하여 장차 곧 국가적 큰 경제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픈 노인이 많아질 것이 예측되므로 의료시장의 영리화를 허용하면 돈 많은 투자가는 돈벌이가 잘되어서 좋겠지만 대부분의 국민과 상당수의 영세한 의료서비스 공급자는 냉혹한 의료시장에서 소외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약속했던 현 정부의 화려한 주장은 유가, 곡물가, 환율 등 다양한 외부 변수에 의해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어떤 경제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모든 국민이 성, 연령, 지역, 직업, 소득에 관계없이 필요한 예방 및 치료서비스를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안정적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 영리병원 논의에 국력을 낭비하기보다 훨씬 시급한 과제이다.

2008.07.19 15:38ⓒ 2008 OhmyNews
#영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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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입니다. 공공의료 현안 및 정책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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